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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나의 건배사,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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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채 당사자나 증인의 간접적인 증언만을 토대로 재판을 하기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오판이라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관들은 현장검증을 하거나, 최소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해주는 위성사진이나 로드 뷰, 지적 편집도, 교통 CCTV 영상 등을 통하여 현장 상황을 간접적으로라도 파악하여 최대한 사건의 실상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오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상급심으로 처리한 사건 가운데 피고인이 좌회전 대기 차량 줄에 서 있다 유턴을 시도하다가 직진해 오던 피해 오토바이를 충돌한 사건에서, 다른 차량들은 피고인 차량이 유턴할 당시에도 계속 좌회전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피고인 차량이 신호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하급심 재판장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와 오토바이 진행방향의 직진 신호가 동시에 끝나는데 횡단보도 횡단을 끝내고 2-3초 후에 오토바이가 교차로를 직진하여 통과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이상 피해 오토바이가 직진 신호가 끝난 이후 교차로를 직진하여 신호를 위반한 것이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사고 현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처에 설치된 사거리 교차로의 신호등만 살펴보았다면 같은 방향의 보행자 신호와 차량의 직진 신호가 들어오는 시간은 거의 동시이지만 보행자 신호가 끝나고도 30초에서 40초 이상 차량의 직진신호가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위 사건의 증인은 운전면허가 없어서 신호체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고현장의 신호체계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자신의 착각에 따른 오판을 토대로 실제와 다른 증언을 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인데, 하급심 판사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말았다.

다행히 상급심 진행 중에 위와 같은 신호체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검사가 보강조사를 통하여 신호체계 및 신호등의 간격을 사실조회를 통하여 밝히면서 증인 증언의 문제점이 입증되었고, 의식불명이던 피해 오토바이 운전자는 억울함을 면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한동안 필자는 동료 판사들과 회식을 할 일이 생기면 꼭 위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문현답이라는 건배사를 애용한 적이 있었다. 잘 아시다시피 우문현답은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를 줄인 말이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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