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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범죄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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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에 개봉된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명연기, 그리고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영화였다.

주인공은 컴퓨터와 예지자의 도움을 얻어, 미래 범죄를 예측하고 잠재적 가해자를 추적하여 범죄 발생 직전에 체포함으로써 범죄를 막는다. 이 영화처럼 범죄를 미리 예측하여 대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나쁠까?

범죄를 예측하여 피해를 막는다면, 잠재적 피해자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잠재적 가해자는 소위 ‘과학적 예측’을 통해 범행 전에 처벌을 받게 되거나 과도하게 감시를 받게 되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또한 죄형법정주의 등 형사법의 일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아무리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도 인권 침해 소지가 더 크다면 제도화될 수 없다. 현실 사회에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실현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적 기법을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제도가 이미 2008년부터 시행 중이다.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이들에게 일명‘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컴퓨터와 예지자의 예측만으로 사람을 처벌하는 영화와는 달리, 전자발찌를 통해 얻는 위치정보를 활용하여‘사람인 보호관찰관’이 대상자를 지도ㆍ감독한다. 현실에서는 결국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이 막중한 책임은 예지자가 아닌, 인간인 보호관찰관에게 부여돼 있는데, 그 업무 부담이 직원 1명당 대상자 18.4명 수준에 달하여, 미국·영국·스웨덴 등 주요 전자감독 활용국가의 직원 1인당 대상자(5~9명) 수준에 비해 심히 열악한 수준이다. 제도 도입 이래 10년간 전자감독 대상자는 약 30배 증가한 반면, 이를 관리할 보호관찰관은 불과 3.4배만 증원된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전자발찌 대상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마치 보호관찰관의 잘못인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실상을 이야기 하면 “왜 아직까지 인력 증원이 안 되냐”고 반문하며 안타까워하곤 한다.

범죄예방을 컴퓨터나 예지자에게 맡길 수 없다면 인간 보호관찰관을 응원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 않을까? 폭증하는 업무와 근거 없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보호관찰관들이 힘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범죄예방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켜 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범죄예방 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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