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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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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을 보지 못했다. 운다는 걸 알고 나는 당황했다. 아차, 놓쳤구나 싶었다. 아름다운 날씨의 봄, 금요일 오후 가정법원 조정실에서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조정위원이 다섯 살 딸아이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의뢰인이 소송을 통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다. 가장 뛰어난 화법은 경청이라는데, 듣는 게 참 어렵다. 내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을 참아야 하며, 더욱이 마음을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과묵한 의뢰인이라면, 적절한 질문과 호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경험과 이해가 필요한 일인가. 나에게는 늘 어렵다.

이번에는 그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삼십대 초반인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올해 초에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조용히 듣는 편이었고 나는 대부분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딸이 이혼을 하게 됐는데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안 된다는 게 어머니의 설명이었다. 재건축 아파트의 절반은 그녀의 몫이라고 했다.

의뢰인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이었다. 재산분할. 재산목록을 작성해서 가압류를 해두고 소장에 이혼 및 양육에 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썼다. 다섯 살 딸아이는 남편이 키운단다. 자의 양육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니 그 부분은 나에게서 온전히 잊혀졌다. 서면, 특히 기일 전 한차례 작성한 준비서면에는 오직 재산과 그에 대한 의뢰인의 기여에 관한 이야기, 숫자들로 가득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녀의 눈물을 보기 전까진 단 한 번도 그 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내가 이름을 불렀으면 그녀가 먼저 나에게 눈물을 보여줬을까. 그날 그녀의 눈물에 재판의 내용은 달라졌다. 그녀는 이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혼 소송이 끝날 때까지 격주로 일요일 반나절을 딸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를 위해서도, 그리고 그 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가정법원을 함께 나서며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음을 사과했다. 그런데 조정기일에 그녀의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연락을 해오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혼하기가 내심 싫어진 모양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궁금해졌다.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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