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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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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쟁법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기업결합전 신고인 HSR filing이나 민사집단소송을 수행할 때 의뢰인의 태도와 미 법무부의 형사조사 건에서의 의뢰인의 태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느꼈다. 변호사에 대한 의존 및 협력의 정도가 확연히 달랐다. 인신구속 등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나 추측한다. 미국에서만 직장생활을 한 탓에 갑을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누가 더 간절한지 여부에 따라 갑을이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도의 차이가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미국에서는 나이 혹은 지위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기준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 방식을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면 동료나 아랫 사람들에게서는 배려 많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칭송을 받는다. 반면 연장자 혹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분들로부터는 가끔 격이 없다던지 예의가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같은 자세로 만남에 임했지만 상대방의 기대치가 달랐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외국인들이나 교포들은 우리나라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이는 말과 행동을 접할 때 문화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최근 오랜 외국 생활을 경험한 지인과의 식사 중에 그 분이 관찰한 바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우리 사회가 윗사람에 대한 예의 교육에 집중하고 동년배나 아랫 사람에 대한 예의 교육은 소홀히 했기 때문에 갑을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나이가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너무나도 살기 편해지지만 역으로 젊은이들이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외국에 비해 삶이 무척 힘들다고 하였다. 아랫사람에 대한 예의란 개념은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는 삶의 기본 자세이다. 그것이 나이와 지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부하직원들에게 예의를 갖추면 결국 그 혜택이 스스로에게 돌아올 것이다. 내 주변인들이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 또한 내 후배가 결국 내 자녀들의 선배가 될 것이기에 아랫사람에 대한 예의는 결국 내 자녀들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모쪼록 갑질이 하루 빨리 이 땅에서 사라지고 모두가 존중받고 존중하는 사회가 조속히 도래하기를 바란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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