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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무노조경영 폐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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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이하 ‘삼성전자서비스’)는 2018. 4. 17.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지회’)와 협력업체 소속 8천여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대기업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지회와“노조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통해 사실상 ‘무노조경영’ 방침을 폐기하였다는 점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80년간 이어진 방침이다. 삼성은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구사하여왔다. 최근 삼성이 소위 ‘마스터플랜’, ‘S그룹 노사전략’등으로 불리는 문건을 작성하였고, 그 내용을 실행하여 노동조합 결성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의 다양한 전략 중 대중의 지지를 받아온 것은, 타사에 비해 월등한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는 타 노동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삼성은 ‘노조가 필요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위 전략은 사용자가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면,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 위에 서있다. 사용자가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한다면,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법률가로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노조법’)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노조법 제2조 제4호 본문에 의하면,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노동조합의 핵심적인 성격은 ‘자주성’과 ‘민주성’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키기 위하여, 노조법은 사업주와 사용자이익대표자, 사업주이익대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금지하며(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 제3자가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노조법 제81조 제4호), 판례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키기 위하여, 노조법은 노동조합 설립에 관하여 신고주의를 택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있어 핵심적 성격이 ‘자주성’과 ‘민주성’인 이유는,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은 사용자의 시혜가 아닌, 노동자가 스스로 쟁취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행사하여야할 권리를 다른 사람이 행사하는 순간, 이미 그 권리는 침해당한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주적인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좋은 근로조건을 제공하면 노동조합이 불필요하다’는 명제는 잘못되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와 같은 결론은 노동자들이 당면한 현실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자는 다양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직장갑질’의 일종인 직장상사에 의한 지속적인 괴롭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는 직장상사의 행위가 폭행, 명예훼손, 모욕 등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다투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을’이자 ‘개인’인 노동자는 회사에 문제제기 할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만약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노동조합이 있다면, 문제제기한 노동자를 보호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사의 징계 등에 의한 문제해결이 아닌, 조정과 중재가 가능하다는 것 역시 노동조합의 순기능이다.

특히 정리해고 상황 등 경영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더욱 드러난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위는 노동조합뿐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스스로를 위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단결체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위기의 순간에 철저히 ‘혼자’이다. 사용자가 제공하는 근로조건과 무관하게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필요로 하며, 이에 헌법 제33조는 노조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은 기업의 내부통제를 감시하는 역할도 하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도록 하게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기업의 발전과 준법경영을 위해서도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서비스와 지회의 이번 협의는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을 폐기한 첫 걸음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삼성그룹과 노동조합이 상생하기 위해 산재되어있는 과제가 많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를 성실하게 받는 것부터 시작이라 할 것이다. 이후 책임자에 대한 응분의 조치, 노조 인정과 대등한 노사관계 구축 등을 전사에 걸쳐 실질적으로 이행하여야 진정한 ‘무노조경영’ 방침의 폐기라고 할 것이다. 노조 파괴활동의 본부로 지목되고 있는 각 계열사 내 ‘신문화팀(신문화그룹)’의 해체와 성과연봉제 폐지 등 구조적인 변화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그룹과 노동조합이 상생한다면, 이는 삼성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삼성전자서비스와 지회의 합의를 환영하며, 합의를 지켜나갈 삼성전자서비스의 의지를 기대한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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