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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여론 형성과 조작의 모호한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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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댓글로 나라가 시끄럽다. 국가기관의 댓글공작이 적폐청산 대상이더니 이제는 민간인 기사댓글이 논란거리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여론전은 시민 정치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뉴미디어로 확장된 시민의 정치참여가 여론 조작의 중대한 혐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댓글 부풀리기가 여론 조작이냐 정치적 표현의 자유냐를 놓고 공론이 벌어지고 있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 관점이 유통되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댓글이 여론 형성과 여론 추이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이나 매크로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댓글 부풀리기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지지층이나 팬들의 자발적 댓글활동이라도 이를 이용하여 유리한 여론형성을 시도하는 것은 조작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댓글활동을 규제하고 처벌하자는 바람직하지 않은 목소리도 들린다. 여론 조작·왜곡과 여론 형성의 모호한 경계선에 놓여 있는 댓글달기에 대한 정치적 공방도 뜨겁다. 야 3당이 댓글조작 특검법 발의와 국정조사요구에 나서면서 지방선거를 앞 둔 시점에 여당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사실왜곡이나 허위사실 보도다. 댓글에 의한 여론 왜곡이나 여론 변동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활자화된 매체나 전파를 탄 방송은 그 신뢰성 때문에 영향력이 댓글에 비할 바 아니다. 기사의 제목 하나에도 쉽게 사실은 왜곡된다. 허위내용을 끼워 넣어도 그대로 믿는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내용은 다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가는 언론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언론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사후에 정정 보도를 하고 반론을 게재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독자와 시청자의 머릿속에는 정정 전 보도내용만 남아 있다. 지금은 온라인 댓글이 논란의 대상이지만 사실 언론도 여론형성이라는 이름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부정확한 기사나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한 여론몰이가 적지 않다. 정파성을 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시민단체를 공격하기 위해 허위, 왜곡된 사실을 기사로 보도하고 독자로 하여금 비난여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여론형성을 왜곡하기도 한다. 소위 정통 언론이라는 신문과 방송도 이런 왜곡된 여론 형성 구조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촛불민심이 언론개혁을 외쳤던 것이다.

여론형성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은 정확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공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언론은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한 기사를 보도해야 건전한 여론형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언론이 정파성과 상업성에 매몰되어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은폐하거나 왜곡한다면 사회적 책무를 내팽개치는 꼴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특정한 방향으로 기사를 편집하여 독자의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시기에는 왜곡되지 않은 진실하고 공정한 언론보도가 민주적 여론을 형성하여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