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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다른 시각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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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 드론을 구입했습니다. 아내는 드론 비행소리가 ‘앵앵’거리는 파리 소리 같다고(‘drone’이라는 명칭이 ‘벌들이 웅웅대는 소리’에서 유래됐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얘기하지만 제게는 그 어떤 비행기의 엔진 소리보다도 멋지게 들립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봤을 파일럿의 꿈.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워낙 동심의 동경을 받던 직업이었기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파일럿에 관한 속설도 참 많았습니다. ‘눈이 나쁘면 파일럿이 될 수 없다’, ‘머리에 상처가 있으면 파일럿이 될 수 없다’ 등이 대표적인 속설이었죠(물론 일정한 기준이 있기는 합니다). 하필이면 머리에 상처가 있던 제가 느꼈던 상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드론은 눈이 나빠도, 머리에 상처가 있어도 얼마든지 파일럿이 될 수 있습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고도 불리는 드론은 말 그대로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조종기의 무선전파를 통해 비행체를 유도합니다. 때문에 누구든지 약간(?)의 교육과 훈련만 마치면 얼마든지 창공에 꿈을 수놓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드론은 손가락 위에 올릴 수 있는 초소형부터 날개폭만 20m에 이르는 대형까지 그 크기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배송·구조·군사 등 그 쓰임새도 다채롭습니다. 얼마 전 평창올림픽에서는 밤하늘에 환상적인 오륜기를 수놓기도 했지요.

저 역시 그런 멋진 비행을 꿈꾸며 주말이면 드론을 챙겨서 비행하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미숙한 실력이라 평창에서와 같은 수려함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스트레스를 바람과 함께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겐 충분히 행복한 취미가 되고 있습니다.

드론의 조종은 땅에서 직접 기체를 눈으로 좇으며 합니다. 그렇지만,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의 영상이 조종기에 연결된 핸드폰 화면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도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드론을 조종하는 일이 더 신났습니다. 어릴 적 파일럿의 꿈을 조금이나마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종기 화면을 통해 보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도 참 즐겁습니다. 평소 바라보던 풍경과 전혀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아래에서 바라볼 때와 위에서 바라볼 때는 정말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드론이 아니면 바라볼 수 없는 위치와 각도에서 풍경을 바라보니, 늘 봐오던 풍경임에도 ‘아 저런 모습도 있었나’라는 낯설음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익숙하던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또한 드론의 매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른 시각이 매력적인 건 드론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다른 시각은 매력적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볼 수 없던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접근법 내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각자의 위치에서만 각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익숙하고 편하기에 쉽사리 이를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바라보는 이에 따라 문제는 달리 보이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때로는 중절모로.

이처럼 각자가 각자의 기준으로 고찰한 모습만을 바탕으로 각자의 답을 정하게 되기에 이미 갈등은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또한 우리는 이미 자신의 답이 언제나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시각이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볼 수 없는, 내가 보려하지 않았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우리는 함께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때로는 나의 자존심을 꺾어야 하고, 다른 이의 도움도 얻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으로 함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왔기에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가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다른 시각.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임지웅 변호사(법무법인 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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