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도마에 오른 '드루킹 수사'

142426.jpg

수사의 주재자가 되겠다며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경찰이 요즘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 때문이다. 재벌 비리도 캐겠다며 대기업 수사에도 열을 올리던 경찰이 현 정부 실력자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관된 이 사건에서는 갑자기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사 착수 두달이 다 되어서야 드루킹이 운영했다는 유령 출판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야 겨우 마지못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부실수사 논란이 계속되자 두번째 압수수색에 나서며 뒷북을 쳤다. 사건 관련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독자적인 영장청구권까지 요구하며 수사권 독립을 외쳤던 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수사 책임자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의 말도 춤을 춘다. 이 청장은 이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은 직후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며 "김 의원은 의례적으로 '고맙다'는 취지의 답장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특정 기사 주소(URL)를 알려주며 홍보를 부탁했으며,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등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이 청장은 그제서야 "정확하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수사에 소극적인 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부서에 배당만 해둔 것"이라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고 배당 자체의 의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배당했지만 수사엔 착수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때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렸던 이력을 생각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다른 적폐사건 수사 때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속사정이 어떻든 수사기관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는 정도(正道)가 무엇인지만 고민하면 된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이용해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