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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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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가 있겠지만, 내게는 광화문 거리가 최고다. 추억이 있기 때문에, 전통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광화문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광화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경복궁으로 기억하거나 광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리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 거리가 좋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그 거리에서 뛰어놀았다던 사람들. 근처에는 고궁과 아기자기한 옛터가 즐비하다. 위로 쑥쑥 솟은 빌딩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통 속에 묻힌 거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거리이다. 생명이 있고,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다. 그중 어느 하나라도 빠진 광화문 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이 그렇게 느껴지게 할까. 직장인이 없는 광화문 거리라면 활기가 없을 것 같다.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오가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활발하게 움직이며 경제 활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씨는 첫 직장을 그만둔다. 울지 않았던 김지영 씨는 출근하지 않은 첫날 눈물이 난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도, 회사를 다니는 것이 김지영 씨에게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개인이 되었다. 주어진 일을 해내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수입으로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는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로스쿨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곤 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젊음과 열정을 가진 학생도 있지만, 힘들어 하는 학생도 간혹 눈에 띈다. 그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기에, 학생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의 광화문 거리,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길 위에 꿈이 있다. 광화문 거리는 그 곳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더 아름답다. 그 길을 걷노라면 조금은 젊어지는 느낌이다.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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