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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서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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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14일 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라인과 출입 기자 등 170여명이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의 알람이 쉴새 없이 울려댔다.


대한변협이 25일 제55회 법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자로 추천한 전임 협회장이 법무부 심사에서 탈락해 수훈자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한 변협 공보임원이 올린 글 때문에 비롯한 소동때문이다.

 

이 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대한변협 (전)협회장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이미 관례"라며 "변협이 추천한 전임 협회장을 '보수적 성향'이라며 법무부가 수훈자에서 배제한 것은 변협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심히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내 입맛에 맞는 사람만 챙기는 것과뭐가 다르냐"며 "변협이 정권과 발걸음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냐. 대통령은 차라리,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의 어깨에 지운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라는 정언명령을 거둬달라"고도 했다.

 

일부 기자들이 이에 반발해 비판적인 질문을 하자 해당 임원 등 변협 공보라인은 단체로 채팅방을 나가버렸다.

정부가 전임 협회장의 행보 등을 이유로 인권을 옹호하고 전체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의 추천을 무시한 것도 문제이지만, 변협이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 또한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전임 협회장이 법의 날에 훈장을 받는 것이 '관행' 내지 '관례'라는 팩트부터 온전치 않다. 협회장을 지낸 변호사가 법의 날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꾸준히 받은 것은 최근 10년간 다섯번에 불과하다. 제33회~제42회 법의 날까지 10년 동안에는 어떤 전임 협회장도 훈장을 받은 사실이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민의 인권옹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재야 법조계의 수장이 대통령이 주는 훈장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한 변호사는 "훈장 하나에 이렇게 변협이 과잉반응하는 것을 보니 우리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그는 "인권운동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랑스런 역사를 써왔던 변협이 이젠 이익단체로 전락한 것 같아 낯이 뜨겁다"며 "정부가 주는 훈장을 받지 못한다고 발끈하기 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조영래 변호사 등 선배 변호사들의 철학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의 부끄러움은 오늘도 열심히 의뢰인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새벽까지 서면을 쓰며 밤을 밝히고 있는 2만 변호사의 몫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