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의뢰인 도그마

142078.jpg

재판정을 들어설 때면 가끔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곤 한다. 뫼로소는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동료들을 향해 칼을 겨눈 아랍인들에게 총알을 쏘아보냈다. 그의 살인은 정당방위였음에도 변호인은 재판정에서 뫼로소의 말은 전달하지 않았다. 또 변호인의 변론은 외국어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방인을 죽였던 그는 법정에서 이방인이 된 것이다. 까뮈는 소설을 통해 법률가들이 만든 이방인의 세계를 고발했다.

변호사의 첫발을 내딛은 신참들은 대개 의뢰인들을 이방인 취급하지 않아야겠다는 신념에 그들과 한 마음이, 한 뜻이 되려 한다. 법정에서는 의뢰인의 말을 그대로 토해내고, 상대방 측의 주장은 모두 터무니없는 거짓이라 강변한다. 법정 밖 상대방 변호사와 만나기라도 하면 상대방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하며 서로 언쟁을 하기도 한다. 변호사의 느낌으로는 의뢰인의 모든 말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도그마. 독단적인 생각을 일컫는 말이다. 변호사도 간혹 의뢰인의 의견에 매몰되어 의뢰인 도그마에 빠지곤 한다. 의뢰인 도그마에 빠진 변호사는 의뢰인의 호소에 감정이 이입되어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재판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이 무르익어 양측간 진실공방이 오고가는 동안 의뢰인의 말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변호사가 오히려 법정의 이방인이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경력의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까운 변호사와 사건의 상대방이 되어 법정 밖에서 사건을 두고 불필요한 공방을 벌인 일이 간혹있었다. 의뢰인 도그마에 빠진 탓인 듯하다. 그 때마다 로스쿨 재학시절 김외숙 겸임교수께서 수업시간에 들려준 목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의뢰인에게 지나치게 감정이 이입되면 객관적인 사실을 놓치기 쉽습니다.” 변호사는 법정의 대리인일 뿐 사건의 본인이 아니다. 재판은 절대적인 사실을 가려내는 과정이 아닌 무엇이 진실과 가까운가를 저울질하는 노정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또한 설득의 상대방은 의뢰인 혹은 상대방 변호사가 아닌 재판부이다. 작은 경험을 통해 의뢰인을 이방인으로 대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맹목적인 고집이 자칫 법정에 선 변호사를 이방인의 신분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게 한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카카오톡
  • 카카오톡
  •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