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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이유있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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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학자 진수가 쓴 삼국지에는 원칙을 따르지 않아 몰락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형주자사 유표는 장남이 아닌차남 유종에게 자리를 물려줬는데 유종은호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혼란을 겪다 조조에게 형주를 빼앗긴다. 또 명문가출신 원소는 삼남에게 자리를 물려줬는데그 결과 집안싸움이 일어나 가문이 멸망했다. 훗날 조조는 후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유표와 원소의 일화를 떠올리고 장남을후계자로 지정했다고 한다.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똑같이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밝혔지만 이들에 대한 법원의 행보는 엇갈렸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대통령을 더 이상 따로 구인하지 않고 서류심사만 거쳐 구속영장을발부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은 영장심사 기일을 다시 잡고 안전 지사를 결국 구인하도록 해 심문한 다음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영장심사 제도는 1997년 무분별한 인신구속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구속영장이청구된 피의자를 판사가 직접 대면해 심문한 다음 신중하게 구속여부를 판단토록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처음에는 판사의 판단에 따라 영장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가 도입 첫해 12월부터는 피의자의 신청에 따라서도 열 수 있도록 했다.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영장심사에 나가지 못하도록 피의자를 회유하는사례가 종종 발생했고 이때문에 피의자가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2008년부터 모든 피의자에 대해 영장심사를실시하도록 의무화됐다. 임의적 영장심사제도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따른 조치인셈이다.

 

최근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등 일부 유명인이 영장심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종종발생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이 불편하다거나 이미지가 나빠진다거나 사정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안전 지사 사례에서처럼 후속 절차가 서로 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피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하는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면 영장심사 제도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 제도 도입 취지를 살펴 원칙에 입각한 운용이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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