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중국(베이징 올림픽), 2014년의 러시아(소치 동계 올림픽), 2018년의 대한민국(평창 동계올림픽)이 그랬듯, 한 차례 국제 대회가 열리게 되면 그 개최국의 경관과 국민성에 대해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2020년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도쿄)은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까. ‘일본’ 하면 모두들 청결하고 질서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여행 리뷰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14년)에서 도쿄가 가장 깨끗한 도시 1위(2위 싱가포르, 3위 베를린)에 랭크되었다.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누구나 거리에 혹은 대중교통에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쓰레기 처리에 적잖이 불편을 느끼면서도, 휴지통이 없음에도 매우 청결한 풍경에 감탄하였을 것이다. 중국의 한 일본 관광 가이드북에서는 “일본을 방문한다면 거리에서 휴지통을 찾기는 어려우므로 일본 체류 중 항상 작은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부디 쓰레기를 투기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일본의 거리에서 휴지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1995년부터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1995년 3월 20일, 도쿄도의 종교 단체 옴 진리교가 일으킨 신경 가스 사린을 사용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자를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테러 대책을 명목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의 쓰레기통은 폐쇄 · 철거하기 시작하여 현재도 그 수는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또 하나의 계기는 비용 때문으로, 휴지통을 설치하게 되면 이를 설치 및 관리할 인건비 및 쓰레기 수거비용 등이 추가로 소요될 텐데, 인건비가 높은 일본의 경우 특히 이는 만만치 않은 사회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위생(휴지통에 쓰레기가 모이면 아무래도 악취와 해충발생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점) 문제 역시 일본 거리에서 휴지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일본 내 쓰레기 불법 투기는 「청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 만원(법인의 경우 3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반사회적 행위이다. 물론 이는 통행을 방해하거나 미관을 해칠 정도의 상당한 폐기물의 불법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지만, 어쨌든 법률을 강화하여 쓰레기 불법 투기를 근절하고 있으며, 일본 거리는 휴지통 하나 없이도 깨끗하게 유지되어 오고 있다. 흡연에 관하여도 엄격한 조례가 재정되었는데, 종전 도쿄 긴자의 중앙 거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던 재떨이가 모두 철거되는 등 2002년 이후 각 지자체에서 「노상 흡연 금지 조례」를 제정하여 길거리 흡연을 전면 금지·제한시켜왔다. 또한 역 주변을 중심으로 길거리 흡연소가 설치되어있다는 점(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다), 휴대용 재떨이 소지율이 높다는 점, 일본 최대 담배 회사 JT의 텔레비전 캠페인 광고 등이 일본인의 높은 에티켓 문화 조성에 일조하였다. 덕분에 JTB社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실시한 ‘일본 흡연 환경 의식 조사’ 에서는 “자국에 비해 일본의 흡연 환경이 좋다”는 답변이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물론 그런 일본의 오명이라면 하나, 지나치게 흡연자에 관대하여 건물 내 흡연이 허용된다는 것일 테다.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한국 및 유럽과 달리, 일본은 술집,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어 흡연 환경 및 간접흡연 대책에 대해 세계 보건기구(WHO)으로부터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낙인 찍혀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점포에서는 흡연실을 따로 마련하여 환기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후생 노동성은 2002년 "새로운 분연 효과 판정의 기준" 이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흡연실과 비흡연실의 경계 기준을 수치화 한 바 있다. 또한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국회에서 「간접 흡연 방지 대책 강화 법안」의 논의가 한창이며, 현재 실내흡연이 허용되는 만큼 환기, 위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간접 흡연 방지책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도쿄 올림픽까지 앞으로 2년의 시간이 주어진 일본은 어떤 변화를 꾀하여 “세계 최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런 일본을 바라보며, 2018년 대한민국은 과연 ‘쓰레기’ 와의 전쟁을 선포한 듯한 모습이다. 상점에서 일회용 봉투 무상 제공을 전면 중단하였고, 버스 내 테이크아웃 커피가 퇴출되었으며, 비닐·플라스틱 분리수거 여부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올해부터 공공화장실에서 휴지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화장실 휴지통을 찾기 힘들었으나 청결함을 곧잘 유지해왔기에 우리도 곧 적응할 것이라 믿고 도입하였을 테지만, 아직 우리 국민들은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휴지를 변기 주위에 던져버리는 화장실 이용자들, 혹은 변기 막힘 등의 문제 때문에 오히려 업무가 배로 늘었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원성이 가득하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새로운 법제가 마련되더라도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입법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거리에 휴지통도 재떨이도 없는 일본은 어떻게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꼴불견인 사람들을 향하여 일침을 놓는 식으로 유행한 적이 있는다. 일본을 향하여 이 유행어를 “Manners maketh Japan”, 일본 국민들의 매너가 지금의 청결한 일본을 만들었다는 좋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쓰레기 및 흡연 등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그들의 선진 법제에 환경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이 어우러져 지금의 청결한 일본 모습을 만들었고, 이것이 일본이 선진국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마치며 한국인들의 환대와 행사 운영 능력 등으로 외신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분명 우리 국민의 질서 의식과 에티켓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놓인 과제는 ‘문화 강국’, ‘K-뷰티’ 대한민국을 넘어, ‘Clean Korea’ 라는 별명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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