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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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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16대 연방 대법원장인 윌리엄 렌퀴스트(William Rehnquist)는 1971년 닉슨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15년 후인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 후 2005년 9월에 사망하기까지 만 34년이 넘게 연방 대법원에 재직하였다. 미국법조인 입장에서 볼 때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마지막 몇 달의 행적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7월 중순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본인이 연방 대법원을 이끌기에 충분히 건강하다며 은퇴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사망했다. 그의 나이 만 80세 11개월이었다. 그의 사망으로 1955년부터 2005년까지 50년간 이어져온 미연방 대법관들이 생전에 은퇴하던 전통 또한 중단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미국에서는 연방 법원 판사직이 종신직인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제한된 임기를 도입하려는 일각의 시도는 종신 판사직이 애초에 시작된 이유에 대한 대다수의 수긍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앞으로도 더 나은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제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연방판사의 종신직을 아직도 미국이 고집하는 이유는 흔히들 알고 있듯 판사의 정치와 여론의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법원의 판결은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우리는 지금 격변기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우리 삶의 변화의 속도가 역사상 어느 시점보다 빠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지적하듯 브레이크 없이 종국을 향해 가속만 내는 것 같은 상황 속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법치주의의 가치는 더욱 높고 숭고해 보인다. 사회의 기본 질서로서의 법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후 정해진 절차를 따라 수정되는 것 이 외의 방법으로는 변할 수 없다. 법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서 있기에 우리가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법이 사회현상을 앞서가지 않고 뒤늦게 반응하는 것이 때때로 고맙기까지 하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