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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미투 운동의 진원지가 대법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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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991년 클라렌스 토마스가 흑인으로는 두 번째로 대법관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런데 고용평등위원회(EEOC)에서 같이 근무했던 애니타 힐 오클라호마대 교수가 토마스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면서 그는 심각한 자격논란에 휩싸였다. 힐 교수를 지지하는 여성단체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TV로 시청한 여론의 반발로 그의 인준청문회는 3개월이나 소요되었고, 52:48이라는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로 인준을 받을 수 있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보수 성향인 그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진보 성향의 민주당 소속 백인 ‘남성’ 의원들 11명이 그의 성희롱 혐의를 눈감아 주는 한편, 법사위원장 조 바이던이 결정적 증인인 안젤라 라이트의 청문회 증언을 불채택한 결과였다.

그런데 작년에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거세지기 시작하면서 힐 교수는 직장에서의 성적 괴롭힘 방지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모이라 스미스 변호사가 토마스 대법관의 추가 성추행 행위를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미국 주요 언론에서는 미투 운동의 진원지로 토마스 대법관을 지목하는 한편, 토마스의 성추행 문제를 청문회 과정에서 묵인하는 바람에 현재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면서 그 당시 토마스의 대법관 인준에 동조한 세력들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조계도 과거에는 미국과 비슷한 전철을 밟아왔지만, 최근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시발점이 되어 미투 운동이 왕성하게 진행되면서 뒤늦게 밝혀진 현직 검사들의 성추행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였고, 이에 따라 직장 내 성추행 등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이 바뀌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미투 운동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왜곡하려는 일부 남성들도 있는데, 그러한 남성들은 평소 여성과 인권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으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흑인이 다수인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의 여론에 굴복하는 한편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 토마스를 인준하였던 에드워드 케네디나, 조 바이던 같은 민주당 남성의원들이 세월이 흐른 후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주범으로 몰리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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