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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갈라테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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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이상적인 여성을 조각하여 ‘갈라테이아’라고 불렀다.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에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진짜 여성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피그말리온이 인간 여성의 수많은 약점이 싫어서 결점이 모두 제거된 갈라테이아를 조각하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조각상이 인간 여성을 대체한 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과 같은 존재로 변신하는 것은 더 이상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타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다만 본래 인간이 하던 역할이나 직업의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법률가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

기존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업무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 법률가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로펌에 고용된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는 초당 1억 장의 문서를 검토하여 가장 적합한 선례를 찾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법률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는 주장도 만만찮다. 인간만이 공감과 소통, 통찰과 창의 등의 능력을 갖추고 선례와 다른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간과 인공지능에게 각자의 우월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이더라도 인간 법률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감과 통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거나 과거의 해석에 안주할 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한다면 사정은 다르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신속성과 정확성, 예측 가능성에 만족한 수요자들이 인간 법률가가 하는 일을 느리고 주관적이며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

신의 도움으로 변신한 갈라테이아와 달리 인공지능의 미래는 오로지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맡겨져 있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학기술만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인간이 하는 일의 내용과 방식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김봉원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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