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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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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개헌 논의에 가속이 붙게 됐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만들기 위해 27일 곧바로 개헌 관련 쟁점 협상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지지부진하던 국회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절차적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행 헌법 제89조는 대통령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은 초안 마련에서부터 최종안 발표 등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민정수석비서관 등 대통령 비서실이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 장관은 보이지 않았고, 국무회의는 대통령 비서실이 마련한 개헌안을 상정 40여분만에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치일정 계획때문에 공론화 작업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논외로 하더라도 개헌안 발의과정에서 국무위원과 주무부처, 국무회의가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를 방문중인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는데, 개헌의 무게감과 파급효는 물론 최상위법인 헌법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할 때 너무 가벼이 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30년이나 된 '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대통령으로서는 국회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불을 지펴야 할 필요성도 충분히 있었다. 특히 1년 넘게 '헌법 공부'만 하면서 실질적으로 개헌 쟁점에 대한 합의는 하나도 이뤄내지 못한 국회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적법절차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 옳은 일을 하면서도 위헌이나 위법 논란은 물론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시빗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스스로 뒤돌아봐야 한다. '목적이 옳으면 수단이나 절차는 상관 없다'는 생각은 청산 대상인 '적폐'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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