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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법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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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겨울축제, 동계올림픽이 그 막을 내렸다.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1,218대의 드론으로 오륜기를 띄우던 개막식의 풍경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창의성과 기술은, 베이징 올림픽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예산으로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표방한 첨단 올림픽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게 해주었다.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부터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기술에서 비롯된다.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리걸테크(legaltech)’라는 용어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리걸테크란 법률(legal)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법률사무의 처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온라인으로 법령이나 판례 검색을 제공하는 각종 플랫폼이나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활용한 전자소송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모습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변호사는 필요한 정보를 얻고 법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사건기록을 열람 및 복사하는 등 편리하고 신속하게 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다 쉽게 법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정보기술이 가져다주는 법률 사무의 편리성이나 신속성은 리걸테크의 기초적이고 단편적인 일면에 불과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 중의 하나는 정보기술이 빅 데이터화된 지식과 결합하여 고도화된 지능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인데, 법률 사무는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는 영역인 만큼 이러한 변화 및 발전과 긴밀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던 직업의 50%가 사라지거나 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서슴없이 나오는 와중에, 리걸테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 언어로 된 질문을 이해한 다음 초당 10억 장의 법률문서를 검토하고 분석한 뒤 적합한 대답을 찾아 법률 질의응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인 ‘ROSS’가 개발되는 등 리걸테크 분야의 육성이 눈에 띄게 진전되어 있고, 일본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해 계약서 등 각종 서면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서비스가 개발되어 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선진국을 필두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IT강국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법조계 특유의 폐쇄성과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정보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소극적이었으며, 2012년에 전자소송제도가 도입되기는 하였으나 그 이후 별다른 창조적인 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법률 시장의 도태와 과포화를 우려하고 지적한다. 그러나 법적 제한을 늘리거나 변호사의 수를 조절하는 등의 미시적 대응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법률시장이 직면하게 될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 기술을 통한 새로운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척과 금융 등 타 분야와의 적극적인 연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법률시장이 나아갈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파도가 머지않아 밀려올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변화라는 파도에 휩쓸릴 것인지 그 파도 위에 올라탈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안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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