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여기는 행정법원입니다

141057.jpg

재판을 하다 보면 탄원서를 접할 일이 많다. 탄원서의 첫머리는 대개 ‘존경하는 ○○○ 판사님’으로 시작하는데, 종종 ‘재판장님’으로 시작하는 것도 있고 드물게는 ‘주심 판사님’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행정법원에 근무하면서는 ‘행정심판위원장님’을 찾는 탄원서를 자주 보게 된다. 대개 행정심판 단계에서 작성한 것을 한 번 더 사용하느라 생기는 일이니 그 자체로 크게 마음 쓸 일은 아니다. 문제는 본인이 행정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의미를 정말로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법원과 행정청을, 재판과 심판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그리고 행정재판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여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제소기간을 놓쳐 버리기도 한다. 다투어야 할 대상과 상대방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여 제때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법정에 와서도 구체적인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처분을 변경해 달라거나 감경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주장하기 일쑤다. 의무이행소송이 어쩌고 하며 설명해 보아도 ‘아무튼 억울한’ 원고의 눈에는 야속함만 가득하다.

서울행정법원이 문을 연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개원 당시와 비교해 보면 접수되는 사건의 수는 세 배 이상 늘었고, 법원의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들에게 행정법원은 멀고 행정재판은 어려운 모양이다. 판사들도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검토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니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기는 힘들겠지만, 가깝게라도 느끼게 되면 좋겠다. 우선은 내 법정에서 판사로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한다. 종종 소극적이고 때로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소송수행자에게는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이 행정청에 있다는 법리를 거듭 강조해 주어야겠다.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도 판단할 수 있다”라고 한 행정소송법 규정의 의미도 다시 한 번 새겨 본다. 물론, 그래도 처분을 바꿔드리진 못한다. 여기는 법원이니까.
카카오톡
  • 카카오톡
  •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