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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시작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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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는 자녀 수)이 사상 최저인 1.05명을 기록하면서 '인구 감소'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형로펌들이 앞장서 소속 임직원들의 출산·육아 복지혜택에 앞장서고 있어 고무적이다. 정년 60세 보장은 물론 결혼이나 출산 시 장려금 등을 지급하고 육아휴직 후에도 언제든 자유롭게 복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우선 아이를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태부족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위해 부모협동 보육시설인 '바름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1곳 뿐이고 대다수 로펌들도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상시근로자가 500명이 되지 않아 의무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직장어린이집을 단독으로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사업주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지역의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어 근로자 자녀의 보육을 지원(위탁보육)하도록 하고 있다.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들도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보육계약을 체결해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로펌 입장에서는 "어린이집을 운영할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의무 설치 대상 사업주가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변호사들은 직장 내에 어린이집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들이 나서 이 문제를 풀 해법을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대형로펌들이 조금 움직였다고 금방 법조계 전체가, 사회가 변하겠느냐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대륙을 흔드는 태풍을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작은 변화가 때로는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형로펌의 첫 걸음이 그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모두의 노력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법조계 전반에 '일·가정 양립'과 '출산율 제고'의 결실이 맺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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