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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또 다른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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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건초더미에 불붙듯 소리 없이 강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Me too 운동. ‘사실은 나도’라는 고백이 분명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고 있을 테다. 다만 내가 하지 않는 고백이고, 내 주변에서 하지 않는 고백이라 무관한 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 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여성이 어릴 적에 당한 성폭행과 관련하여 최근에야 가해자를 고소하고, 어릴 적 친구들의 증언 등으로 가해자가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들어본 이름과 특수한 상황 등을 접하면서 필자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 여성은 몇 년 전 필자에게도 도움을 청했던 사람이다. 너무나 오래 전의 피해인지라, 큰 용기를 냈음에도 그 용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법률적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내게도 연락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나는 공소시효 등 법리적 문제보다 오래 전의 실체적 진실에 대하여 그 여성과 함께 다가가고 밝혀낼 용기가 없었다. 또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건들을 뒤로 하고 그 사건에 전력투구할 자신도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원거리 진행을 해야 하는 점은 그 사건을 맡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자기 합리화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소였다. 그렇게 그 여성과 스쳐간 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TV를 통해 그 여성의 소식을 접하게 되자 법조인 중 나 아닌 그 누군가는 진심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 함께 노력했겠구나 싶어 부끄럽고 미안했다. 꼭 필자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란 법은 없지만 스스로 부끄러웠던 것은, 그 여성의 부탁을 완곡히 거절하였다는 사실보다 완곡히 거절하기 위해 떠올렸던 여러 가지 고민과 변명 그 자체였다. 자문해 본다. 혹시 그동안 때론 선임을 거절하기 위해, 때론 수임하기 위해 이를 정당화시키는 명분 찾기에만 능숙해져 갔던 것은 아닐까. 변호사로서 또 다른 Me too인 셈이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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