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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법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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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 베루프(Beruf)라는 단어는 ‘직업’을 뜻하기도 하고 ‘소명’을 뜻하기도 한다.

1919년, 막스 베버는 뮌헨 대학에서 학생단체의 요청으로 강연을 한다. 그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 '직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정치적으로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학생들은 독일의 정치상황에 뛰어들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베버가 그 열망을 충족시켜 줄 답변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베버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이 강의가 틀림없이 학생들을 실망시킬 것이다’라며 강연을 시작한다. 스스로 학자이면서도 정치가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했다는 그는, 열정만으로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든다.

‘열정’이란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균형적 판단’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자,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다. 아마추어와 구분해 주는 ‘자기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내부로부터도 지극히 인간적인 적과 싸워 이겨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허영심이다. 또한 그 유명한 ‘책임 윤리’를 강조한다. 윤리적으로 선한 목적을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윤리적으로 위험한 수단과 부정적인 결과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행동해야 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8년. 법률가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정치에 관한 베버의 가르침은 법률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판사의 본업은 재판이다. 검사는 검찰권을 바르게 행사하고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변호사는 말과 글로 남을 돕는 것이 직업의 본질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일의 소중함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게으름이라면, 주어진 선을 함부로 벗어나는 것은 지나침이다. 게으름이든 지나침이든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인간의 나약함에서 시작된다.

자신과 일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직업적 소명에 충실하게 제 몫을 다하는 법률가만이 우리가 꿈꾸었던 가치를 보듬어줄 것이라 믿는다.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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