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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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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우연히 듣게 된 한 사건을 듣고 기가 막혔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금융감독원 조사에 입회하려다 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바로 '적법절차 원칙 위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법률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역시나 "금감원 조사 결과는 향후 검찰 수사 의뢰나 행정처분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사기관의 조사와 다를 바 없는데도 변호사의 입회를 금지하는 것은 변호사의 변론 조력권과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이 중론이었다.<본보 2017년 11월 16일자 1면 등 참고>


취재과정에서 금감원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조사가 임의적 행정조사이기 때문에 변호인의 입회권이 허용되는 수사기관의 수사절차와 구별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변호사의 입회를 허용한 전례가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추가 취재과정에서 거짓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2010년 11월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한국 도이치증권 등을 상대로 관련자 문답 조사를 실시하며 변호사의 입회를 허용했다. 금감원이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정하게 사건의 실상을 파악하고 공정한 제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답은 피조사자의 변호사 입회 하에 실시되었다"고 설명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당시 혐의자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통역 목적으로 변호사 입회를 허용했던 것일 뿐"이라고 군색한 설명을 내놨다.

본보 단독 보도 이후 변호사 입회를 제지당한 의뢰인은 금감원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과 논평 등을 통해 금감원에 "변호인의 조사절차 참여권을 전면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 1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제제 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금감원 조사·감리과정에서 변호사의 입회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흰 것이다. 조사대상자가 원하면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인 측면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변호사가 조사를 방해·지연시키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입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자의적 판단에 따른 입회 제한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다 객관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개선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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