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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내가 쓴] '안데스를 걷다'

다양한 생태계, 놀라운 경관 품은 7000Km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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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6년 가을 콜롬비아·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다섯 나라를 여행한 기록이다. 안데스산맥을 따라 안데스인들의 문화가 꽃핀 곳, 찬란하면서 허무한 인간의 역사 속에 끈질긴 삶의 대장정이 펼쳐진 곳이다. 어린 시절엔 환상과 동경으로, 어른이 돼서는 공감과 연민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곳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둘러보며 느낀 바를 썼다.

남미 대륙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7,000km를 달리는 안데스산맥은 지구상의 모든 지형과 기후를 품고 있다. 다양한 생태계와 함께 놀라운 경관이 이어진다. 만년설로 덮인 바위산과 빙하와 호수, 거대한 평원이 빚어내는 안데스의 자연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그 앞에 서면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가슴 저릴 만큼 감사하게 된다. 그저 ‘숭고하다’라는 말 외에 그 자연을 표현하지 못하는 내 언어의 빈곤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데스산맥에 깃들인 인간의 역사도 굴곡으로 가득 찼다. 폐허로 남은 마추픽추가 보여주듯 절정에 이른 놀라운 문명이 근대 세계의 파도에 휩쓸려 덧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절멸의 파국을 겪었다. 식민지배 아래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폭력적으로 뒤섞였다. 19세기 초 독립한 후에도 혼란이 계속됐다. 서민을 배제한 백인 지배층의 과도한 이념 갈등, 외세 개입, 군사독재, 인권유린과 저항, 고단한 민주화의 여정에 이르기까지, 남미의 안쓰러운 역사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반세기 넘는 내전을 끝내고 평화의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콜롬비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도 현대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었다. 비극의 현장에 세운 기념관들은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며 다음 세대를 교육해 새로운 사회의 기초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과거 권력의 시녀였던 사법부의 서로 다른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베 대통령의 3선 연임을 위한 헌법개정을 막아내고 소수자를 보호하면서 반인도적 범죄를 사면하는 법률을 위헌 선언한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평화의 길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반인도적 범죄를 시효에 관계없이 처벌하고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부러웠다. 반면 모랄레스에게 3선에 이어 4선 연임의 길까지 열어준 볼리비아 헌법재판소의 현란한 궤변을 보는 마음은 씁쓸하고 착잡했다.

“모든 여행의 끝은 우리가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와서 그곳을 새롭게 아는 것”이라는 시인 엘리엇의 말처럼 몸은 안데스를 떠도는데 마음은 끊임없이 한반도를 넘나들었다.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여행 중에 느낀, 내 모국어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의 산물이기도 하다. 남미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더 넓고 깊게 보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조용환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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