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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Corners(절차생략, 원칙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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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표현에 cut corners 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코너를 제대로 돌지 않고 가로질러 도는 것에서 나온 말로 대체로 편의를 위해 원칙 또는 절차를 무시하는 것, 혹은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고 꼭 거쳐야 할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한 해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들 중 우리가 cut corners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 참 많았다. 비상구가 목욕 용품을 넣어 놓는 창고로 불법 전용되어 화재 시 본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지반 강도에 대한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대형 크레인을 설치하기 힘든 연약한 지반에서 공사를 강행하다 인명피해를 유발한 강서구 철거 현장. Cut corners의 예를 찾기 위해 멀리 볼 것도 없다. 바로 지난 해 말인 2017년 12월 21일과 12월 28일 발생한 사건들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절차를 생략하고 원칙을 무시하려는 유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확률이 높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법조인들도 cut corners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빠른 속도로 많은 법조인들이 배출되는 상황 속에서, 더욱 치열해져 가는 경쟁 속에서, 그러한 유혹은 더욱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절차와 원칙을 만들고 바로 세워야 할 파수꾼인 법조인들이 그러한 유혹에 무너진다면 일반인들의 일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임은 자명하다.

새해를 시작하며 작년 한 해 혹시 알게 모르게 cut corners하지 않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부끄러웠던 기억에는 반성도 하고 자랑스러웠던 경험에는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면서 조금 먼 것 같아 보이더라도 정도(正道)만을 묵묵히 한 걸음씩 걷고 싶다는 각오로 올 한 해를 시작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정도를 걷게 하는 가장 빠른 길, 아니 유일한 길은 나부터 가로질러 가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