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반려견과 반려묘의 수는 각각 약 680만마리, 180만마리 수준으로 추정되며, 전체 가구의 30.9%가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한다(2017년 7월, KB경영연구소).
이와 함께 반려동물을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으나,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률(대표적으로 ‘ 동물보호법’)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법이 존재 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법률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천국, ‘고양이가 살기 좋은 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사정은 어떠할까?
동물 애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반려견 수만 약 892만마리에 달하며, 반려동물의 수가 어느덧 어린이 수를 넘어섰다는 이웃나라 일본은 ‘동물 애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애호관리법)을 제정하여 동물보호에 대한 동물 소유자의 의무와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 또는 사회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매년 ‘동물애호주간’을 정하여 국가 및 지방공공단체가 동물애호주간의 취지에 적합한 행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동물보호를 위한 국가적·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나며 동물을 학대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바, 동물애호관리법은 반려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손상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반려동물에게 함부로 먹이와 물을 주지 않고 학대를 실시한 사람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반려동물을 유기 한 사람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오는 3월부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될 예정에 있다. 우리 역시 반려동물을 소유물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관련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해가며 동물을 보호하는 풍토를 조성하여가고 있다.
일본의 반려동물 보험
일본인들의 동물 사랑은 법률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지표를 통하여도 드러난다. 일본의 GDP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28%로 우리나라(0.11%), 독일(0.12%), 영국(0.15%)보다는 월등히 높으며 미국(0.34%)의 뒤를 잇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발달한 것이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상품이다. 반려동물 보험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여성이 자신의 반려견 치료비가 비싸게 청구된 것을 보고 놀라 반려동물 보험 회사를 설립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일본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약 5%로 우리나라(0.1%)보다 월등히 높으나, 스웨덴(80%), 영국(20%) 등 유럽 국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점차 늘어나며 통원·입원·수술까지 모두 보상하여 주는 보험상품까지 개발되고 있다.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개발하였으나 저조한 가입률을 보인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일본의 반려동물 보험은 영국과 북미 등 다른 반려동물의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게 시작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일본에서 시작된 초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상호 부조 단체였다. 당시에는 반려동물 보험업을 규제하는 법령이 부존재하여 누구나 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따라서 보험금 미지급이나 자금 부족으로 파산한 회사와 악덕업자의 문제 등이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4월 법령이 개정되어 현재 반려동물 보험은 손해보험 회사 외에 소액 단기 보험 회사만이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높은 이유로는 동물 보호 풍토가 확산되어 있다는 점, 반려동물의 전 생애를 함께한 경험이 있는 가구가 많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따른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일본 국내 여론은 반려동물 선진국 독일을 대표로 한 유럽 국가에 비해 자국의 반려 동물 관련 법률 및 제도의 정비는 아직도 낙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물애호관리법의 목적 및 취지, 동물 장례식 기타 관련 제도 등을 살펴보면 일본 국민들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민법의 규정과 달리 반려동물 역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2014년에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泉佐野市)에서는 ‘개 세금’이 검토된 바 있으나 결국 징수 비용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도입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 듣고 웃어넘겼던 이야기인데 4년이 지난 지금은 왜인지 어쩌면 곧 현실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점차 동물의 ‘기본권’이 존중받게 되고, 이에 따라 그들도 ‘동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온다면 그렇게 될까.
최유진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