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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영화 ‘튤립 피버’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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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튤립 피버’(Tulip Fever)를 봤다. 이 영화는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났던 튤립 파동을 묘사하면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아름답고 어린 여주인공은 가난을 극복하고자, 사별한 늙은 부호와 결혼하게된다. 늙은 부호는 한 젊은 화가를 집으로 불러 부부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여주인공과 그 젊은 화가는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 밀회를 즐기게 되는데, 이 사실을 그 집의 하녀가 알게 된다.

한편 하녀는 생선장수와 연애를 하면서 임신을 하게 되는데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서 주인이 일을 그만두게 할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불륜을 알고 있는 하녀로 하여금 임신 사실을 숨기고 계속 일을 하게 하는 대신, 하녀가 아닌 자신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꾸미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여주인공, 아니 하녀가 아이를 출산하던 날 여주인공은 자신이 아이를 낳다가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아내가 죽은 줄로만 아는 남편은 그 슬픔을 이기고 갓 태어난 딸을 키우며 살게 되는데, 하녀의 남자친구가 하녀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이 사건의 실체를 다 깨닫게 된다.

이처럼 개연성이 떨어지는 줄거리이지만 변호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니 소송할 거리가 많아 그 점이 재미있기도 했다. 남편은 이혼을 청구하면서 여주인공과 화가, 하녀에게 공동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친자로 추정되는 딸이 친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된 이상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고, 자신이 그 사실을 모르고 키우면서 지출한 양육비에 대하여는 친모인 하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송사가 난무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을 떠난 아내를 용서했고 하녀와 딸을 축복하며 저택을 하녀에게 증여하고 타국으로 떠나버렸다. 남편은 자신 또한 욕망에 사로 잡혀 젊고 어린 신부를 돈으로 샀기에 이 모든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하고, 아내를 용서하겠다는 식이었다. 때론 현실과 동떨어진 이러한 영화 속 결말이, 공식처럼 짜내는 변호사의 머릿속 시나리오보다 더 훌륭한 결말인 것 같다.

 

김혜민 변호사 (광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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