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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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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나와 여의도 금융가를 걷다보면 한 쪽에 10층짜리 건물이 숨어 있는 듯 자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나무계단을 사뿐사뿐 걸어 올라가니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방 안에 소박한 꽃나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상이 있고 왼쪽으로 훤히 트인 창문으로 여의도가 내려다보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그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16년 새로운 일을 모색하던 때 이태영 박사의 혼이 담겨 있는 그곳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법률상담을 시작했다.

이태영 박사는 1950년대 가난하고 암담한 한국 여성의 현실을 목도하고 자신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지극히 소박한 소망으로 가정 법률상담사업을 시작했을 때 결코 그 누구의 관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상담소의 역사가 어언 60년을 넘어섰다.

가정은 시대와 사회를 가장 잘 반영한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절절한 사연이 있다. 잘못은 했지만 이혼하고 싶지 않다던 노년의 신사를 상담하면서는 헤어지자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것도 큰 고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별별 솔직한 이야기에 때론 함께 웃는다. 법률상담에 그치지 않고 나의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기도 한다.

판사 생활 3~4년차에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재판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다면, 그 후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가사사건에 애정이 생겼다. 당사자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상담을 할 때면 판단자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도 아니다. 상담을 받는 사람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인지 내게 고민을 말하고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서 고통 받는 누군가를 위해 틈을 내어 작은 일이나마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것까지도 시대를 넘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던 선각자의 꿈이었을까.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K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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