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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FCC의 망 중립성 폐지에 관한 법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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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지난 12월 14일, 미 연방 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천명한 2015년 행정명령을 폐기하는 안건을 3대2로 통과시켰다.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여 인터넷상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웹페이지,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미국에서의 법률상 논의는 통신법상 정보(Information) 서비스{한국의 부가통신
(Enhanced) 서비스}로 취급했던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Broadband Internet Access Service,‘ BIAS’)를 통신(Telecommunication) 서비스로 보아, BIAS사업자들에게 통신법상 기간통신 사업자(Common carrier)에 부과된 의무를 부담시키려는 데 있었다.


2. 2015 Open Internet Order 이전
(1) 미국의 통신사업자 구분
미국은 1996년의 통신법 개정에서 통신 사업자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통신 사업자와 정보 서비스 제공자로 구분하고, Title II에서 기간 통신 사업자가 통신서비스를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으로 차별하여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였다{47U.S.C. §202(a)}. 한편, 통신의 관리를 위하여 정보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보 서비스가 아닌 통신서비스로 취급하였다{47 U.S.C. §153(24)}.

(2) National Cable & Telecommunications Ass’n v. Brand X Internet Services, 545 U.S.967, 986 (2005)
2002년 3월 FCC는 BIAS를 제공하는 케이블 사업자들을 정보서비스 제공자로 분류하여 기간통신 사업자가 부담하는 Title II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FCC는 통신법 §153(46)의‘통신서비스 제공’을‘최종 이용자의 관점에서, 컴퓨터 프로세싱에 의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서비스의 독립적인 제공’으로 해석하였으나, 케이블 사업자들은 통신서비스를 최종 이용자에게‘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통신을‘이용’하여 최종 이용자에게 (컴퓨터 프로세싱이 결합된)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연방 대법원
은 FCC의 이와 같은 행정해석을 존중하였다.

(3) 2005 Wireline Broadband Order FCC는 Brand X판결 이후, 모든 BIAS가 통신법상의 통신서비스가 아닌 정보서비스에 해당한다고 발표하였다. BIAS는 데이터를 TV 케이블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케이블 모뎀 서비스와 지역 전화망을 이용하여 전송하는 Digital Subscriber Line ‘( DSL’) 서비스로 구분된다. 이번 Order는 케이블 모뎀 서비스와 DSL서비스를 동일하게 취급하여, 두 서비스의 사업자는 모두 통신법 Title II 기간통신 사업자 의무를 면하게 되었다. 한편, FCC는 이와 동시에‘공용 인터넷의 개방적이고 상호 연관된 특성을 보호하고 향상시킬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인터넷 정책을 밝혔다.

(4) Comcast Corp. v. FCC, 600 F.3d 642(D.C. Cir. 2010)
2007년, BIAS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가입자들의 P2P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속이 주파수 대역폭의 상당한 소모를 발생 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방해하였다. FCC는 통신법 47 U.S.C. §154(i) 에 근거하여 FCC가 컴캐스트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 하였다. 컴캐스트가 가입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새로운 망 대역 운영 방식을 자발적으로 도입하였으므로, FCC는 그 새로운 운영방식의 세부적인 내용과 도입, 진행 현황들을 밝힐 것을 컴캐스트에 명령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FCC가 밝힌 §154(i)는 BIAS사업자에 대하여 오픈 인터
넷 정책을 강요할 수 있는 구체적 법률 규정이 될 수 없다면서 FCC의 행정 명령을 취소하였다.

(5) 2010 Open Internet Order. 2010년, FCC는 통신법상 광대역망의 확장을 촉진할 권한이 있다는 규정{47U.S.C. §1302(a), (b)}에 근거하여 오픈 인터넷에 관한 3가지 원칙을 발표하였다.

(1) 투명성 원칙 - BIAS사업자는 네트워크 관리 방침, 수행 정도와 서비스의 조건 등을 공개한다. (2) 차단 금지 원칙 - BIAS사업자가 적법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해가 되지 않는 기기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금지된다. (3) 차별금지 원칙 - BIAS사업자가 적법한 네트워크 트래픽을 전송하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둘 수 없다.


(6) Verizon v. FCC, 740 F.3d 623 (D.C.Cir. 2014)
법원은 통신법의 규정{47 U.S.C. §1302(a), (b)}이 FCC에게 오픈 인터넷 원칙을 규정할 근거 규정이 될 수 있으나, 차단 금지나 차별 금지 등은 포함될 수 없다고 하였다. BIAS사업들에게 차단 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들을 기간 통신 사업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것인데, FCC는 BIAS를 통신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구분하여 왔기 때문이다. 

 

3. 2015 Open Internet Order와 연방법원의 판결
(1) 2015 Open Internet Order
FCC는 Verizon 판결 취지에 따라 BIAS사업자들을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 분류해 온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통신서비스 사업자로 재분류하면서 오픈 인터넷의 기본 원칙으로 적법한 컨텐츠 등의 차단 금지, 인터넷 트래픽의 속도를 낮추거나, 대가를 받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의 금지 등을 밝혔다.
FCC는 BIAS를 통신서비스로 재분류하기 위하여, 최종 이용자들이 BIAS를 통신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상당한 양의 자료를 제시하였다. 즉, FCC는 최종 이용자들이 BIAS가 통신서비스(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와 정보서비스(사업자들의 콘텐츠, 메일 등 제공 서비스)로 구분되고 이 둘은 독립적으로 제공된다고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는 Brand X판결에서 확정된‘통신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기존 해석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US Telecom Ass’n v. FCC, 825 F.3d674 ( D.C.Cir., 2016)
법원은 FCC가 BIAS를 통신서비스로 재분류한 행위가 미국 행정절차법에서 금하는‘자의적이거나, 변덕스럽거나, 권한 남용이거나 또는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행정 행위인지를 판단하면서 행정청이 법령 해석을 변경하는 이유를 인식하고 이를 설명한다면, 행정절차법에서 요구하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보았다{Verizon v. F.C.C., 740 F.3d 623, 636 (D.C. Cir. 2014)}. 연방 법원은 FCC가 차단 금지, 트래픽 속도 저하 금지, 대
가에 따른 우선순위 부여 금지 등이 기간 통신 사업자에게만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BIAS를 기간 통신 사업자로 재분류하였다는 설명에 대하여 FCC의 입장을 변경할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또, 광대역망에 대한 투자가 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론으로, 오픈 인터넷 원칙이 자리 잡게 되면 그 선순환으로 오히려 광대역망에 대한 투자가 늘 것이라는 FCC의 판단이 행정청의 재량과 경험 범위 내에서 예측 가능한 판단을 한 것이라
고 보았다.

4. Restoring Internet Freedom order 

20017년, FCC는 BIAS사업자를 통신법상 정보서비스 제공자로 회귀시키면서 투명성 원칙에 따른 네트워크 관리 방침 등의 공개(보고) 의무만을 남기고 2015년 오픈 인터넷 원칙의 대부분을 폐지하였다.

FCC는 이로써 BIAS사업자들의 망 투자가 활성화되고, 소비자들은 BIAS사업자들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적은 비용으로BIAS사업자들의 비합리적이거나 차별적인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과 소기업들은 FCC의 이번 조치가 인터넷에 대한 BIAS사업자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인터넷 접근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반대하고 있다. 뉴욕, 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에서는 FCC의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오픈 인터넷 원칙을 규정하는 주 단위의 입
법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5. 맺으며
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추진하기 위해 BIAS서비스에 대한 기존의 서비스 분류까지 바꾸는 결정을 내렸고, US
Telecom 판결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US Telecom판결 때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위가‘자의 적이거나 변덕스러운’행정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망 중립성폐지에 관한 연방 정부의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망 중립성 폐지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진욱재 변호사 (뉴욕 베이커바츠 로펌(Baker Botts 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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