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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호주퍼스 여행 - 조대환 변호사

번잡한 도심과 고즈넉한 해변 맞닿아… 일상이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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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호주 퍼스에 소재하고 있는 케버샴 야생동물원(Caversham Wildlife Park)을 찾은 조대환(사법연수원 26기·스코르전무/변호사) 변호사가 처음 대면한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조 변호사는 “캥거루가 생각보다 몸집이 작아 애완동물 같은 친근감이 느겨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형형색색 단풍이 한창인 가을의 절정 추석연휴에 스위스 취리히(Zurich)로 출장을 갔다가, 지구 맞은편 외딴 섬 대륙 호주 퍼스(Perth)를 찾았다. 대륙이 하나인 나라, 호주, 특히 서호주(Western Australia)는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지역으로, 퍼스가 유일한 도시지역이다.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의 광기어린 연기로 유명한 영화 블랙스완으로 잘 알려진 스완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퍼스는 망망대해와 끝없는 사막 사이에 들어선 고립되고 한적한 외딴 도시다. 싱가포르에서 닿는 시간이나 시드니로 가는 거리가 별 차이가 없어 시드니나 멜번, 브리즈번 등 호주 동부인들에게도 한가로운 도시로 여겨진다. 퍼스시내에 호텔을 잡고, 주변을 관광하기로 했는데,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알고, 얇은 옷들만 준비해 가서, 아침저녁 아직 차가운 초봄의 바닷바람 탓에 추위로 고생하기도 했다. 


고풍스런 킹스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두 셋의 대로를 따라 온갖 상점, 도서관, 이색적 조형물, 다양한 음식점들이 즐비해 화려한 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풍의 소박한 기념품 가게들과 카페들로 가득한 런던코트(London Court)나 종 모양의 현대건축물인 스완벨타워(Swan Bell Tower), 영국 죄수들에 의해 1800년대 후반에 세워진 콜로니얼풍의 퍼스시청사(Perth Town Hall) 등은 퍼스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해변가나 도심할 것 없이, 가족단위 사람들이 애들을 최소 서너명은 데리고 다니는 걸 보니, 이 나라는 우리처럼 저출산의 그늘은 없는 듯 했다. 그런데, 해가 저물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아 암흑의 도시를 방불케 했는데, 밤이면 더 북적대는 우리네 삶과는 참 다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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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도심의 공원 킹스파크에서 바라 본 해변과 맞닿아 있는 퍼스 시가의 전경. 퍼스는 도심과 해변이 정겹게 어우러져 있어 한가로이 해변을 산책하거나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도시다.

 

케버샴 야생동물원(Caversham Wildlife Park)은 캥거루와 코알라 등 호주의 대표적 야생동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면서 몸도 쓰다듬고 사진도 찍었는데, 생각보다 몸집이 작은 녀석들이라 애완동물 같은 친근감을 느꼈다. 코알라는 일상이 잠이다. 나뭇가지 곳곳에 자고 있는 코알라는 다가가 아무리 사진을 찍고 인기척을 내어도 미동도 하지 않고 잠을 즐겼는데, 하루 스무시간은 잔다니, 삶자체가 부러운 동물이다. 자연이 빚어낸 태고의 신비로운 노란 모래언덕에 다양한 형태의 모래와 바위들이 흩어져 있어 사막의 조각전시장을 방불케 했던 피나클(The Pinnacles)은 경탄 그 자체였다. 모래언덕 란셀리사막(Lancelin Sand Dunes)은 버스를 타거나 썰매를 즐길 수 있는 신기한 사막으로,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플라스틱썰매는 겨울 얼음썰매 못지 않은 재미였다. 저녁 무렵 돌아오는 버스에서 바라 본 수평선 너머 검붉은 석양 노을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는 황홀함이었다.

퍼스교외 프리맨틀(Fremantle)은 퍼스중심가에서 삼십분 가량 전철을 타면 닿을 수 있는 중세풍의 항구도시로 19세기 고풍스런 거리와 건축물이 즐비해, 퍼스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옛 영국식민시절의 감옥과 구법원, 아트센트, 박물관, 초기 식민지 건물과 조형물,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거리풍경에서부터 프리맨틀마킷, 해안가의 다양한바와 카페까지 여유와 낭만 자체였다.

프리맨틀에서 페리를 타고간 로트네스트 아일랜드(Rottnest Island)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스킨스쿠버 등 야외활동은 물론 그 자체로 자연을 즐길 수 있어 몇 일을 묵어도 지루하지 않을 듯 했다. 섬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자전거나 버스로 일주를 할 수 있는데, 충만한 태양과 해안가의 멋진 조화, 다양한 각도로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외국관광객뿐 아니라 호주 타지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섬의 아름답고 이국적인 경치를 맛보기 위해 북적되었다.

마지막 날, 다운타운의 무료버스를 타고, 남반구 최대 도심공원 킹스파크를 들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은 퍼스시내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입구에 들어서면 전쟁희생자들을 기리는 커다란 탑, 광장의 한켠을 차지한 어린 왕자에 나온 바오밥나무를 비롯해, 수많은 오솔길과 곳곳에 놓여진 아치형 다리를 따라 수많은 식물들이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현지인들로부터 알게 된 퍼스의 최저임금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무려 20불 정도라니, 왜 퍼스도심의 상점들이 그렇게 일찍 문을 닫고 장사를 그만두는지 짐작하게 했다. 골드러쉬로 기반을 다진 퍼스는 격리된 여유로움 속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퍼스사람들은 대부분 영국이나 유럽 이민자들로, 동양인들을 찾기가 힘들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직원들마저도 온통 다 잘 생긴 젊은 백인들이었다. 한편으론, 서양인들의 차별과 문명에 적응을 못한 호주의 원주민들(Aboriginal)이 때론 마약에 중독되고, 실제 시내 부랑자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백호주의로 여겨지는 서양 식민문명의 그늘을 새삼 느끼게도 했다. 성수기가 되면 콩나물시루처럼 변하는 우리네 해변과 달리, 퍼스는 도심과 해변이 정겹게 어우러져 산책하기 딱 좋은 한가로움을 누릴 수 있었다. 번잡한 다운타운과 문화공간이 따사롭고 고즈넉한 해변과 맞닿아 있어 해변을 거닐며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고 일광욕과 브런치를 즐길 수 있어 바쁜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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