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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형사절차상 디스커버리(수사서류 등의 증거개시) 제도

사회공동체의 합의된 강제규범을 위반한 행위가 범죄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이를 탐지하고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처벌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는 것이 형법의 일차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법을 시행하기 위한 절차법으로서의 형사소송법은 실체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함으로써 권력을 남용할 위험성을 안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많은 오류를 경험하였다. 따라서 현대 문명국가들은 무고한 사람이 부당하게 소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와 재판절차에서 형사절차에 연루된 피의자·피고인, 피해자 등을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공정한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형사소송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혐의를 받아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된 이후에나 가능하였다. 우수한 전문 인력, 첨단 수사 장비 및 기술, 그리고 방대한 정보력 등을 갖추고 있는 국가 소추기관인 검사에 비하여 열등한 지위에 있는 피의자·피고인은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여 줄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것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형사절차에서 비록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사와 형사소추를 당하고 있는 신분이지만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일 것으로 추정하여 대우받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형사절차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당사자주의적 형사소송절차이다. 그리고 증거를 토대로 유무죄의 판단을 하게 되는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 상대방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증거를 알 수 있도록 하여, 대등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형사절차에서의 무기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이른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이다. 

 

이 제도는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범죄혐의 내용과 이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증거를 파악하고, 국가의 형사소추에 직면하여 개인이 방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구현하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오늘날 나라마다 공개의무가 주어지는 수사기록 등 증거의 범위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형사피의자·피고인뿐만 아니라 범죄피해자, 변호인 등이 수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사기록 등 증거를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수사실무에서는 수사정보의 유출로 인하여 형사처벌의 공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사기록 등 증거에 대한 열람·등사의 허용범위가 실제로는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충된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수사의 밀행성만을 강조하여 피의자·피고인, 피해자, 그리고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미국, 독일 등 선진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보다 실효적인 것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와 같이, 검사의 검토보고서와 같은 내부문서가 아닌 한 기소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도,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인 재정신청절차에서도 증거인멸 등 수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기소처분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도 명문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수사서류 등 증거물을 사진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고, 디지털 증거에 관하여는 전통적인 방식인 문서를 열람, 출력하거나 복사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디지털 저장매체를 이미징하여 복제본을 개시하는 방법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이러한 과정에서 증거의 유출로 인한 재산권의 침해나 프라이버시의 침해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검찰청 또는 법원에 디지털 정보의 저장 서버와 비밀장치를 한 열람실을 따로 설치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윤종행 교수 (충남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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