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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의문사인정’ 결정에 대한 법해석론적 관견

이덕연(연세대 법학부 교수)

지난 6월 30일 대통령 소속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로 약칭함)는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으로 이른바 ‘전향공작’에 저항하다 희생된 비전향장기수 3명의 죽음을 ‘민주화에 기여한 의문사’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02년 9월에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부인하였던 제1기 의문사위의 기각결정을 전면 번복한 것으로 의문사위 내에서도 결정과정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것으로 알려졌고(4:3의 다수결), 발표 이후에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 사회적으로 찬반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체부정과 국기문란을 개탄하는 입장에서부터 뒤늦었지만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보는 입장까지의 극단적인 의견의 편차는 정당, 학계 및 시민단체를 불문하고 거의 다르지 아니하다. 단순한 보수와 진보 정파간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 사회 전체가 편가르기를 하는 식의 우려할 만한 양상이다.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사의 진상을 규명하여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치되어 나름대로 독재체제의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청산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 온 의문사위의 활동이 불필요한 이데올로기 논쟁에 휩싸이게 된 것이 안타깝다. 독재체제 지속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의 망령이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신원(伸寃)의 마당에서까지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II. 문제의 제기
논란의 핵심은 비인도적인 방법과 수단이 동원된 ‘전향공작’으로 인한 비전향장기수의 죽음이 민주화에 기여한 ‘의문사’인지 여부이다. 글로 옮기기 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반인륜적인 육체적, 심리적 고문을 수단으로 한 ‘전향공작’은 어떤 목적과 상황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불법적인 공권력행사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그러한 국가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죄와 반성을 전제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동시에 국가배상 등을 통하여 그들의 영혼이나마 신원시켜주고 유족을 위무하여야 하는 국가책무의 당위성도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희생이 의문사진상규명을위한특별법(이하 특별법으로 약칭함)상의 ‘의문사’, 즉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죽음’(제2조 제1호)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말하자면 특별법 제2조와 ‘민주화운동’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등에관한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으로 약칭함) 제2조 제1호에 대한 법률해석의 문제이고, 그 본질은 의문사위의 직무범위를 판단하는 문제일 뿐이다. 

III. 조사기구로서 의문사위의 기능과 권한
특별법상 의문사위는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소속하에 설치된 조사기구이다(제3조). 심판기관이 아니다. 의문사위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의문사’ 대상자의 선정과 조사이고(제4조), 기타 조사결과에 따라 고발 및 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제25조), 또한 ‘의문사’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민주화보상법 제4조 규정에 의한 심의위원회에 명예회복과 보상금 등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다(제26조). 다만 의문사위의 조사 및 결정과 관련하여 조치 및 결과통보의무나(제25조 제3항) 공소시효의 정지(제31조), 재정신청에 관한 특례(제32조) 등 단순한 조사기능을 넘어 서는 강행규정들이 없지 아니하나, 이러한 절차규정들은 어디까지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적절한 후속조치를 담보하기 위한 보완책일 뿐이다. 
의문사위의 조사 및 결정을 사법심판기능으로 보는 전제하에 ‘스스로 수사하고 스스로 판결하는 전근대적인 심판기구’라든지, ‘단심으로서 근대 법치주의에 대한 이단적인 기구’라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여 의문사위의 설치와 구성 및 그 운영방식을 싸잡아서 위헌으로 모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특별법 제26조에 의거 ‘의문사’로 인정하는 의문사위의 결정은 전술한 바와 같이 일정한 절차적 구속력과 함께 후속의 심의 또는 재판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선판단으로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는 의문사위가 결코 특별검사나 재판부도, 민주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아니라는, 자명하지만 각별하게 강조할 필요가 없지는 않은 지적을 굳이 할만한 이유는 될지언정, 형사 또는 민사상 아무런 확정력도 인정되지 않는 의문사인정의 결정을 ‘실질적인 판결’로 볼 수 있는 논거는 되지 아니한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권리침해가 우려되는 가해 의심자의 입장에서 이를 적법절차원리에 위배되는 ‘실질적인 판결’로 보는 것은 ‘의문사’사건의 특성과 구조 및 그에 따른 특별한 구제조치의 필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이다. 조사의 대상인 의문사사건은 국가권력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주도하거나 적어도 간접적으로 개입한 전형적인 국가폭력사건이었고, 따라서 그 조사대상은 일차적으로 군, 경찰, 정보기관 등 막강한 힘을 갖는 국가기관이고 또한 실무 책임자인 가해 공무원은 현직에 있든 없든, 소속기관의 비호가 있든 없든 의문사위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규문(糾問)의 대상이 될 정도로 방어능력이 없지 아니 하다.
다만 전술한 바와 같이 의문사위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대통령소속의 국가기관이다. 또한 의문사위의 조사 및 ‘의문사’로 인정하는 결정은 일부 절차상 법적 구속력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책임 주체인 국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현실적으로 가해 의심자에게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한다. 반면에 한시적인 기구인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외에는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사실상 역사적 책임만을 지는 역사청산기관으로서 의문사위에게 양심과 열정뿐만 아니라 각별한 절제의 슬기가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IV. ‘민주화운동’의 개념 - 은유적 상징
조사기구로서 의문사위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특별법상 진상규명의 대상으로 한정되어 있는 ‘의문사’의 개념해석에 따라 결정된다. 동 법 제2조 제1호는 ‘의문사’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서 그 사인이 밝혀지지 아니하고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행사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죽음”으로 규정하고, 제2호에서 ‘민주화운동’은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을 원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민주화운동’은 “1969년 8월 7일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이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전향공작’을 거부하다 희생당한 비전향장기수 3명의 죽음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죽음’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의문사위측의 입장은 그들의 좌익사상 내지는 반체제범죄의 편력과 그들이 독재체제에 저항하다 희생당하였다는 사실은 분리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그들의 저항과 죽음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한 반론의 핵심은 공산주의혁명을 통한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반체제범죄를 저질렀고, 그 이데올로기를 고수하다 희생당한 것이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한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의 개념은 입장과 목적에 따라서 민주주의의 개념만큼이나 그 외연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는 다의적인 개념이다. 입법자는 동 개념을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이 입법정의도 문언상으로만 보면 동어반복의 순환에 불과하다. 법문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언어의 2차원성의 관점에서 보면, 우선 언어의 수평적인 차원, 즉 추상적인 개념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 ‘민주화운동’은 입법정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 하에서도 의문사위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헌법원론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단절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권보장의 목적을 위한 동전의 양면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면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그에 따른 희생은 넓은 의미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언어의 수직적인 차원, 즉 구상적이고 은유적인 차원에서 보면 민주화보상법상 ‘민주화운동’의 개념은 특정한 시공간적 상황과 연계되어 있는 역사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상징이다. 이러한 은유의 차원에서 보면 독재타도를 같이 외쳤던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되어 있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에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려 한 사람들의 반민주체제활동을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다. 법문상으로도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실현의 분명한 목적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항거의 지향성을 요소로 한다. 비전향장기수의 죽음이 현상적으로는 독재체제의 인권유린에 의한 희생이었고 또한 결과적으로 인권신장에 기여한 바는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저항의 목적과 수단의 지향성이 이에 부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법해석방법론에 관한 상론은 약하되, 다만 의문사위의 직무범위를 정하는 ‘민주화운동’의 개념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기술한 두 가지 중에 후자의 방법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문사’의 진상규명, 말하자면 중요하지만, 부분적이고 제한된 범주의 역사청산을 위하여 한시적인 조사기구로 설치된 의문사위는 특정한 역사적 상황과 연계된 분명한 입법의도에 의해 그 권한과 기능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의 개념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상적인 상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상징적 개념은 언어의 이성적이고 확정적인 차원보다 감성적이고 은유적인 차원에서 더욱 그 의미의 정확성과 단일성이 확보된다. ‘민주화운동’의 입법정의에는 이러한 상징에 충실한 입법의도가 분명히 담겨져 있다. 요컨대, ‘민주화운동’의 개념은 객관적인 방법보다는 역사적인 입법자의 의지를 우선하는 주관적인 방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가기관의 직무범위와 권한을 정하는 특별한 과제와 관련된 법률해석의 경우에도 그러하지만, 특히 ‘의문사’라는 특정한 대상의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설치된 한시적인 특별조사기구인 의문사위의 경우에는 더욱 입법의도가 준거가 되어야 한다. 입법정책적 타당성은 별론의 대상이되, 다만 그 핵심은 ‘선택적 제한과 집중’으로 이해된다.

V. 맺는말
의문사위는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심판기관이 아니다. 법률에 의해 그 범위가 특정된‘의문사’의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조사기구이다. ‘의문사’의 범위는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특정한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 저항의 분명한 지향성을 요소로 하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상징에 의해서 획정된다. 
재삼 강조하건대, 7월 16일 의문사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입장 그대로 간첩이라고 해서 인권이 침해되어서는 아니 되고, 고문을 수단으로 하는 폭압적인 사상전향공작은 그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절대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는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국가폭력이었고, 그로 인한 죽음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전제로 신원되고 책임이 추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범주의 불법청산작업이 의문사위의 관할사항인지 여부인데, 그것은 의문사위의 역사적 진실과 정의에 대한 신념이나 의지가 아니라 오로지 법률해석에 의해서 정해질 뿐이다. 의문사위의 활동에 대한 일부 무분별한 ‘색깔론 공세’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되, 다만 그 결론은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의문사위가 아닌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당혹감을 안겨주는 통렬한 반론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문사위가 임의로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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