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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지휘와 외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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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대부분 새해 결심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작년 결심은 잊어먹었다. 혹여 기억하는 사람은 실천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부장검사로서의 나의 결심은 “지휘와 감독을 구별하자”는 것이다. 지휘(指揮)는 ‘어떤 일의 해야 할 방도를 지시하여 시킴’을, 감독(監督)은 ‘일이나 사람 따위가 잘못되지 않도록 살피어 단속함’을 뜻한다. 지휘는 한자에 ‘손가락()’이 있어 ‘방향성 제시’, 감독은 한자에 ‘눈(目)’이 있어 ‘잘못을 고침’쪽에 방점이 있다. 

 

형사부장검사들은 월 1500여건의 결재를 통하여 부원들을 지휘·감독한다. 연말에는 ‘화장실은 밥 먹으러 갈 때 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결재에 매진한다. 결재행위를 지극히 주관적으로 나누어 보았다.

 

먼저 ‘指揮mode’다. 구체적 사건의 수사방향과 신병을 정한다. 수사방법을 가르친다. 소통이 필요한 분야다. 부족하면 외압논란을 낳는다. 

 

‘監督mode’는 大中小로 나뉜다. ‘대감독(大監督) mode’는 헌법·법률 위반, 무죄·재기수사명령 대상 등을 잡는다. ‘중감독(中監督) mode’는 대검 지침 위반, 양형기준 일탈 등을 잡는다. ‘소감독(小監督) mode’는 시정·보완이 가능한 공소사실·적용법조 오기 등을 잡는다. 상급자가 깐깐할수록, 하급자가 허술할수록 ‘소감독 mode'까지 발동되는 경우가 잦아진다. 

 

‘監督mode’는 외압 논란이 적다. 하급자가 부적절하게 느낀다면 그건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그 근거가 되는 법률·지침일 것이다. 따라서 감독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싶을 때는 법률·지침의 개정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은 '내 맘에 안들어 mode'다. 잘못까지는 아닌데 고치고 싶다. 하지만 이를 발동할 때는 반드시 ‘내 맘’의 장점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적질을 한다는 불만이 생긴다. 불신이 쌓인다. ‘외압 논란’까지 벌어진다. 

 

검찰총장께서 신년사에서 의사결정과정의 기록화를 위한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휘·감독·지적을 구별하고, 외압 논란을 없애기 위함일 것이다.


새해에는 나의 결재 행위가 지휘·감독·지적 중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겠다.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할 때 '질'을 붙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지적질, 갑질, 도둑질….

 

김욱준 부장검사 (대전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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