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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법복 대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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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법관들이 입는 법복은 법관으로 임용될 때 그 법관의 신체 사이즈에 맞추어 제작된 후 그 법관에게 영구히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심지어 일부 법관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법관 등의 법복에 관한 규칙 제3조에서는 법관에게 법복 1착을 대여하고, 그 대여기간은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으로 하며, 법관이 대여기간 안에 전직, 퇴직 또는 사망하였을 때에는 법복을 반납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2000년 이전에는 그 대여기간이 2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대법원 규칙에서 법관에게 법복을 대여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전직, 퇴직 시에는 법복을 반납하도록 한 것은 법복을 통하여 법관에게 부여되는 재판장으로서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법관으로 임명되는 순간 국민으로부터 대여되는 것으로서 조만간 다시 국민에게 반납되어야 하는 임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나타내 준다.

결국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권력자나, 재벌들까지도 벌할 수 있도록 법관에게 주어진 무소불위의 권한은 헌법 및 국민들에 의하여 국가기능 중 일부 기능에 불과한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사법부 전체에 부여된 것인데, 그것을 특정 사건을 담당하게 된 법관이 잠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고, 법관 개인의 능력이나 인품을 믿고 법관에게 영구히 부여된 것이 아니다. 나아가 법정에서 변호사나 당사자들이 재판장이 입장할 때 기립한 후 경례를 하는 것 또한 재판장 개인에 대한 존경이나 경외심을 표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이 법관들의 재판업무 수행 기간 중에만 빌려 준 법복이 표상하고 있는 재판권 자체를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의사표현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잠시 동안 빌린 법복을 입고 있을 뿐인 법관들로서는 개개 재판장이 휘두르는 막강한 권한이 자신의 출중한 능력이나 인품에 기반하여 수여된 것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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