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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모범(?)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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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사는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치관과 철학이 있기 때문에 인생에는 객관적인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에 따라 롤 모델이 다를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는 모범적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인식되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누군가의 롤 모델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인생에서 여러 구석들을 후회하면서 아쉬워한다.

그래서 “60이 되어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어.” 탤런트 윤여정씨가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에서 한 이 발언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어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재판장 개개인의 가치관 및 철학이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는 재판 진행 또한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닐까? 결국 사람들이 자신만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자신의 롤모델을 스스로 찾아 그 사람을 모범으로 삼아 살아가듯이, 모범 재판 또한 다른 사람이 일방적, 일률적으로 정한 절차가 아니라 개개 판사가 직접 재판을 진행하면서 쌓은 경험과 반성을 토대로 스스로 모범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절차를 따르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근래에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는 지침을 설정한 여러 법정진행 매뉴얼이 배포되고 있는데 그 내용 가운데 틀린 부분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재판진행도 인생과 같아서 객관적인 정답이 없다고 믿는 필자로서는 과연 재판진행에 확실한 정답이 있어서 누군가가 절대자처럼 정답을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런 고민 없이 매뉴얼대로만 하면 더 이상 재판장들이 재판 과정에서 ~했었더‘라면’과 같은 ‘라면’을 더 이상 끓이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완벽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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