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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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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있을 때 사망사고 조사를 담당했었다. 유족들이 사인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재조사했는데 첫 사건이 군의관 사망사건이었다. 그는 가족의 희망이었다. 아들만 믿고 살아온 홀어머니와 똑똑한 동생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한 누나는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기록검토 후 유족들을 면담한 다음 유족들이 의문을 제기한 사항을 다시 조사했다. 하지만 기존 결론을 뒤집기는 힘들었다. 여관에 혼자 들어갔고 다음 날에도 나오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목을 매어 죽어있었다는 여관주인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재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국가가 지난 세월 동안 사인을 조작하고 은폐했던 과거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현재가 과거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를 사회적 자본, 공공재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한 사회의 부(富)와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서술했다. 특정한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화시켜야 하는 국가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바로 신뢰이다. 때문에 공적 기관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는 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이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된 시간이 사후에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아직 사실관계가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라면 그 어떤 행위보다도 심각한 범죄이다. 최고권력기관이 생산한 문서가 사후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의 권위를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조작의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자신과 관련된 문건이 유출되었을 때 ‘중대한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발본색원할 것을 명령했던 전(前) 대통령은 보고 시간 조작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말할까?

 

정원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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