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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지금은 청년시대] 변호사는 법을 다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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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되고 나서 변호사가 아닌 분들로 부터 받는 흔한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그 법을 다 외워서 합격했느냐' 혹은 '그 많은 법을 다 안다니 대단하다'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저도 아직까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법률 이름이 있습니다. 제가 행정청 들어와서 처음 들어본 법률 이름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었는데, 저도 실무를 경험하기 전에는 생소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음악을 전공하는 교회 후배님이 사무실에 방문하면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기에, 저도 어떻게 답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 친구가 음악과 관련된 전공에 있다기에 문득 생각났던 답변이 좋은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글로 옮겨봅니다.

저의 암기력이 동료 변호사들에 비해서도 부족합니다만, 제 두뇌 저장용량과 관계없이 변호사는 결코 모든 법령을 알거나 모두 외우는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습니다만, 엎치락 뒤치락 언제 법안이 처리되나 싶은 국회에서도 여전히 법은 개정되고 있고, 새로운 법들이 입안되는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변호사들이 실제 법률자문이나 송무를 하면서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률과 시행령을 찾고, 판례검색 사이트에서 유사판례를 검색하는 일입니다. 변호사도 다 찾아보고 알아봐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공지능(AI)로 이런 단순 법령검색이나 판례검색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선진국에는 그런 시도가 어느정도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 더 나아가 법률가는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법이나 판례를 다 알지 못하는 존재라면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요? 변호사 자격증이 증명하는 변호사의 역량이란 뭘까요?

저는 피아니스트Pianist나 음악가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도 모든 악보를 외우지 않습니다. 천재적인 사람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한번 들은 멜로디를 그대로 복기해내지 못합니다. 악보를 보고, 연습하고, 외워서 연주회를 하지요. 하지만, 피아니스트는 기본적인 코드진행을 알고, 어떤 멜로디에는 어떤 코드나 반주가 적합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스타일에 따라서 같은 멜로디라도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냅니다. 이들의 숙력된 기량이 일반 사람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연주할 수 없는 영역을 연주해내고 보다 짧은 시간에 어려운 곡들을 소화시켜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률가는 소송절차와 법률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해석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률가는 법의 기본적인 해석원리를 알고, 근본 취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본 사람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법문장을 가지고도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며, 어떻게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입니다. 특히 변호사 자격은 ‘송무’라는 영역에서 소송절차와 주장, 항변, 재항변 등 기본적인 업무처리 절차를 아는 사람이란 점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마치 누구나 수영을 배우고 할 수 있지만, 해양구조대가 되려면 검증된 기량이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그리고 마치 피아니스트가 악보에 없는 꾸밈음 하나를 쳐서 음악을 좀 더 아름답게 변주하는 것처럼, 법률가는 기존의 법률이나 판례에서 보이지 않았던 틈을 논리적으로 메꾸어서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법질서를 완성시켜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법률가의 진정한 진가는 법률이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법률의 의미를 어떻게 밝혀나가는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렇게 다른 법률가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꾸밈음을 찾아서 법을 구체화하고 법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법률가의 진정한 멋일 수 있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멋진 법률가로서 흔적을 남기길 바랍니다. 그리고 훌륭한 음악가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처럼, 주변에 그런 멋진 변호사, 법률가들이 더 많아져서 우리 국민들의 법가치를 세워가고 정의롭게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조원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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