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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유죄 받은 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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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확신했던 의뢰인이 유죄를 확정 받았다. 그 의뢰인이 이 책의 공동저자인 '무무(필명)'다. 감옥에서 돌아온 무무는 내게 함께 책을 쓰자고 요청했다. 이 책은 그 결과다. 따라서 이 책은 합법적으로 유죄를 받아 징역 살았던 자와 그의 변론에 실패한 못난 변호사의 '공동변명'이다. 유죄 받은 자들의 구구절절한 변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감히 책을 봐달라고 말씀드리기 죄송하다.

건설업자인 무무는 2014년 2월 사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고 9개월만에 가석방됐다. 무무는 고소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의견서를 내고, 대질조사를 받고, 검사와 대면했다. 또 1심과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형을 마쳤다. 무무는 이 과정에서 검찰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옥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등 직접 겪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험들을 낱낱이 적어 귀중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수형과정에서는 장기수의 하루를 다룬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보다 더 흥미롭고 놀라운 감옥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루 일과를 비롯해 식단, 면회, 운동, 편지, 구매, 전화, 종교생활, 의료, 의약품 구매 등 감옥생활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뿐만 아니라 당시 만난 사람들의 행동과 인간군상까지 상세히 풀어놓으며 때로는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감방 방장과 추종세력과의 한판 싸움도 흥미진진하다.

그의 변호를 맡은 덕에 옥고를 받은 나는 그의 분투기 곳곳에 변호사로서 해설을 붙이고 문장을 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고소나 기소를 당한 사람이 어떻게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 조언도 상세히 담았다. 하지만 가능한 내용의 객관화는 피했다. 초고에 담긴 무무의 주관이 뒤로 밀려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고백하건대 책에는 무무가 재판을 받는 과정이 실제 사실과 법리보다 앞뒤가 뒤틀린 면이 있다.

법조인은 항상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항상 억울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무무는 판사들이 꼭 읽기를 바라며 원고를 썼다고 했다. 이 사회의 마지막 종결자인 법관의 자격과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이제 막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청년 변호사들이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란다.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은 항상 당사자의 지척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절대 그 당사자만큼 절박할 수는 없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묻기를 바란다. 물론 이 또한 스스로의 한계를 체감하고 속수무책의 아픔을 겪은 노(老) 변호사의 변명이다.

 

노인수 변호사(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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