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계 예술품

[법조계 예술품] 대법원 청사 'Washington Aug 8. 2007' - 홍순명 作

숲속 느닷없는 물줄기… 실체 알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121435.jpg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문으로 들어와 2층으로 올라가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캔버스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홍순명 설치미술가의 작품 'Washington Aug 8. 2007 III(가로 291cm, 세로 218cm)'이다.


그림이 설치된 인근에는 법원도서관, 전산실과 함께 대법원 공보관실, 홍보심의관실이 지척에 있다. 대법원의 입과 귀 역할을 하고 있는 공보관실과 홍보심의관실은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막대한 업무량으로 유명하다. 새벽부터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이곳 직원들은 복도를 오가며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다. 

 

그림은 정확한 실체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시원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일면 숲처럼 보이기도 하다가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폭포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그림은 홍 작가가 2007년 8월 8일 Washington DC의 어느 공원에 대한 보도사진에서 한 부분을 발췌해 그린 작품이다. 작품만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췌 알 수가 없으나 사건에 대한 어렴풋한 추측과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제사건이 회화로 변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사건과 이미지의 혼돈, 무관심했던 것들에 대한 재발견,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등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홍 작가의 작업은 인터넷에 떠도는 보도사진을 검색하면서 시작된다. 보도사진은 전달하는 주체가 분명해 중심과 주변이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지 중심에서 벗어나 소외된 것들에 주목한다. 코드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홍 작가의 강점이다. 어떤 것이 주된 이미지고 어떤 것이 받쳐주는 이미지인지 모호한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만든다.

 

홍 작가는 "서양화에서 안개나 구름처럼 뿌연 대상은 원근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미술계 중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방인으로서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저의 파리 유학시절 모습이 이런 풍경과 닮은 듯했다"고 말했다. 희고 뿌연 허상 앞에 선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된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 앞에 서서 지친 정신만큼은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홍 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후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미국, 파리, 서울 등지에서 10여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홍 작가의 작품은 대법원을 비롯해 파리국립미술학교, 잇시 레 물리노 시립미술관, 제니트 뇌연구소 대학병원, 호암미술관 등에 설치돼 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