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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존경받는 법조인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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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법조인들을 상대로 존경하는 법조인을 꼽으라고 하면 김병로 전 대법원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을 주로 거론하면서 그 이유로 이 분들이 매우 청렴결백한 분이었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 반하여 미국에서는 흑인의 교육받을 권리 등을 인정한 브라운 판결과 체포 시 피의자의 권리를 선언한 미란다 판결을 선고한 얼 워렌 대법원장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확립시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선고한 해리 블랙먼 대법관을 존경하는 법조인으로 많이 꼽는다. 워렌과 블랙먼의 공통점은 공화당 소속의 보수적 대통령들이 이들의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보수적인 내용의 판결을 선고해 줄 것으로 믿고 임명하였는데, 그런 기대와는 달리 흑인의 권리 보호와 여성의 권리 보호라는 진보적인 가치를 지지하는 파격적인 판결을 선고했고, 그 판결들이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지금껏 미국의 헌법교과서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보다 훨씬 투명해진 사회 구조와 '청탁금지법' 등의 시행으로 법관들의 청렴결백성이 훨씬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도 존경받는 ‘법조인’의 기준이 미국과 달리 ‘법조인’으로서의 업적이 아닌 일반 ‘공직자’의 ‘기본 덕목'인 청렴결백성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부디 새로 취임하는 대법원장께서는, 취임 1주년에 KBS 일요진단에 출연하여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그런 대법원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언급하신 바 있던 미국 법조 역사상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얼 워렌 대법원장이 이끌던 ‘워렌 코트 시대’를 능가할 수 있도록, 지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조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훌륭한 판결을 많이 선고하는 새로운 대법원 시대를 열어젖혀, 더 이상 우리 젊은이들로부터 존경받는 법조인의 기준이 ‘청렴결백성’이 아닌 보다 높은 가치와 덕목이 기준인 시대를 만들어 주시기를 기대한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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