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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죄와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국가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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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은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끔 명확해야 하고, 법률이 없거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하면 아무리 불법성이 큰 행위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 죄형법정주의다. 형벌권 남용을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범죄가 되는 행위를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현대사회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며 신종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새로운 군사전력으로 기대되던 드론이 카메라를 매달고 해수욕장 노천 샤워실과 가정집 창문을 기웃거린다. 최근에는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여 인터넷에 유포하는 범죄도 등장했다. 이런 촬영·합성물들이 여성들에게 협박수단이 되고 안전한 이별을 못하게 한다. ‘인격살인’이라고 불릴 만큼 피해가 심각하고, 누가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았는지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예측할 수도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 한번 유포되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그 피해는 회복불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몰카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피해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처벌 가부가 불분명한 행위태양이 지금도 존재하고, 기술발전에 따라 법이 미처 예상치 못한 행위가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엄벌의지만으로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다가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크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도 있다. 신종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 정비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이런 상황은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로, 각국은 입법공백이 발견될 때마다 신속하게 법을 개정하여 보충해 가고 있는 경향이다. 우리도 신종범죄에 신속한 대응을 위한 현실반영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지속적인 대응입법을 위해서는 일선 사법기관과 입법기관 사이에 상시적인 소통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신종범죄에 대한 처벌과 일반예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신종범죄로 인한 개인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시에 피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 이참에 배상명령제도를 대폭 가다듬어 피해회복을 위한 임시조치제도나 판결 선고 시에 피해회복명령 등을 함께 부과하는 방법들도 검토가 필요하다.

 

김종복 부장판사 (목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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