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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EV, 파피루스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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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교수님의 강의에 대하여 감히 공개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강신청 전날 즈음부터 어떤 교수님이 수업을 잘 하시는지 아니면 어떤 교수님이 소위 A폭격기인지를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묻느라 연신 전화통을 돌려댔었다. 강의를 직접 듣지 않고 교수님이 제시한 강의계획서만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것은 직접 보지 않고 싸고 좋은 월세집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였다.

서울대 강의평가 사이트로 유명한 SNUEV앱이 파피루스라는 영리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고 결국에는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강의평가사이트가 있지만 교수님들이 직접 보시는 글에 속마음을 다 적기는 사실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알음알음 만든 웹사이트가 인기를 얻게 되어 13만건이 넘는 평가 데이터를 축적하여 왔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이 앱은 페이스북의 시초가 하버드대 인맥관리 사이트에서 시작한 것과도 유사한 향기가 나기도 한다.

SNUEV앱이 그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각종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와 그 데이터를 입력한 주체가 아닌 데이터를 관리하는 서비스 주체가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통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을 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누구도 페이스북이 유저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그걸 바탕으로 장사한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이용자들이 입력한 데이터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의 문제만큼이나 그 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의 제공자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깊히 고민하지 않은 채 그 누군가가 이득을 부당하게 편취한다는 생각만 한다면 결국 플랫폼 서비스는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더 이상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옛날처럼 다시 선배, 후배들에게 알음알음 전화로 물어보는 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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