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감탄고토(甘呑苦吐)

120600.jpg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이다. 사리를 채우려고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는 각박한 세태를 비판하는 때에도 쓰인다.


최근 법조계에서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억울한 옥살이" 운운하며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추미애 대표 등 집권여당의 행태를 비판하는 데 쓰인다.

대법원 최종심, 그것도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수년간 심리 끝에 내린 결론을 입맛에 따라 뒤엎는 것도 모자라, "이렇기 때문에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식의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과연 10여년간 판사를 지낸 여당 대표의 말이 맞느냐", "책임 있는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재판상·신분상 독립 보장은 민주사회와 법치국가를 위한 기본 전제이다. 한 변호사는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집권 여당이 사법부의 독립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이 어떻게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갖겠는가"라며 "여권의 이 같은 행태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잘못도 문제이지만, 이를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할 법조계의 대응 방식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제에 이런 그릇된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가 적극 나서 강도높은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강력 항의하고 정치권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법조인들의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변협이 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가 한 말이다.

 

변호사 휴업중이긴 하지만 추 의원에 대한 징계까지 대한변호사협회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선언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정경유착에 철퇴를 가한 판결로 국민이 안도하실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제까지 감탄고토를 지켜봐야 할 것인지 암담하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