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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법창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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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화가에게도 국가가 엄격한 요건 하에 시험을 치러서 자격증을 부여했다면 이 사건이 어떤 법적 평가를 받을 것인가'였다. 아마 미술품 전체의 가치가 하락했을지언정 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법조시장만 봐도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나 법무사는 직원이 본직의 이름으로 상담, 서류작성, 제출을 모두 한다고 하더라도, 본직의 통제·감독 하에만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변호사는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하는 제한이 따를 뿐이다. ‘그림 대작’ 사건을 여기에 대입시켜보면 ‘아이디어만 제공’ 했다하더라도 전문자격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법적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전문자격사가 사회적으로 평가절하 되거나 자격증이 무용하게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전문자격사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제재를 느슨하게 하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2008년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로펌의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이유로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 1인당 사무원을 5명만 둘 수 있는 인원제한제도를 폐지한 것은 전문자격사 제도를 무용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로펌의 대형화를 위해 사무원제한 규정 폐지는 필요했을까?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에는 변호사가 620여 명, 비변호사(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특수인력을 모두 포함)가 1900여 명 근무하고 있다. 태평양의 경우도 변호사 400여 명, 비변호사(특수인력과 사무원을 포함) 500여 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대형로펌도 변호사 1인당 많아야 평균 사무원수가 3명 정도로,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없어 이 같은 사무원수도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변호사 1인당 사무원수가 4명을 초과하는 대형로펌은 아마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업계 내부에서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높다. '비즈한국'의 관련기사를 보면, “2017년 5월, 한 법무법인이 소·중·대형 로펌 62곳의 변호사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변호사 90%가 사무원 수 5명 제한에 동의했다”고 한다.


이렇듯 변호사의 사무원수 제한 폐지는 전문자격사가 브로커 사무실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허물어뜨린 악수가 되었다.

 

정정훈 법무사 (경기중앙 안양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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