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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그들의 두 번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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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추행했다. 어이없게도 소년은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사건을 떠벌여 댔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었던 듯 묻혀버렸을 것이다. 


 

소년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정에 따라 전학을 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네 거리를 배회하며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근처 학원을 다녔다. 등·하굣길이 좀 멀어졌을 뿐 소년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피해 여학생이 소년과 마주치지 않을 먼 곳으로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갔다. 

 

소년의 부모는 아들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소년은 착한 아이다, 여학생이 문제다, 부모가 이혼을 했다, 가출을 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소년의 친구들도 거들었다. 

 

‘소년은 착한 아이다, 여학생이 문제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남자관계가 원래 좀 복잡했다, 이번 사건도 여학생이 먼저 유혹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소년의 부모가 아들을 위한다는 욕심만으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부탁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가 법정을 찾았다. 

 

"딸이 자살이라도 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를 위해 이사를 했지만 이민이라도 가야하나 고민 중이다. 성추행 사건이 학교에 알려진 순간 딸은 순식간에 외톨이가 되었다. 다들 걸레라며 손가락질을 하더라. 딸은 왜 피해자인 내가 도망치고 숨어야 하느냐고 울었다."

 

법정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만나지만, 피해자를 탓하며 손가락질하는 유일한 경우가 성폭력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에서 지갑을 놓고 온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주거침입 사건에서 문을 잠그지 않은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 역시 보지 못했다. 만취하여 길에서 잠들었다 가방을 절취당한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 또한 없다. 그들은 그저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조심 좀 하라는 가벼운 타박만을 들었으리라.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언컨대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잘못은 없다. 

 

그들의 두 번째 눈물만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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