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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밤샘조사’, 낡은 옷은 과감히 벗어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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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 ‘밤샘조사’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과정에서도 ‘20시간 밤샘조사’, ‘000 밤샘조사후 귀가’ 등과 같은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였고, 사회지도층이나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에 있어서는 ‘밤샘조사’가 단골메뉴가 된 듯 하다. 검찰의 경우 과거 별 다른 제한없이 ‘밤샘조사’가 이루어지다가 2002년 경부터 피의자의 동의와 인권감찰담당관의 승인을 받아 ‘야간조사’가 가능하도록 하였고, 현재 외관상으로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배제되어 운용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위 ‘갑을(甲乙) 관계’에서 피의자는 절대적 ‘을(乙)'이다. 피의자로서는 검사의 심기를 건드리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가급적 검사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며, 변호인 역시 의뢰인인 피의자의 이익을 위하여 검사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피의자가 야간조사를 거부하고 집에 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밤샘조사’는 장시간의 조사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피조사자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 상황을 이용하여 조사자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비정상적 수사방식이다. ‘밤샘조사’는 잠을 재우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진술을 받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피조사자의 수면권과 휴식권, 건강권을 침해하고 사실상 자백을 강요하여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밤샘조사가 허용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헌법상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한 사건에 있어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에 48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 내에서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하여는 ‘밤샘조사’가 필요불가결한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밤샘조사’의 인권침해적 요소와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키기 위하여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틀을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즉 ‘밤샘조사’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체포 등의 경우와 같이 시간적 여유가 없고 범죄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동시에 피조사자의 동의와 기관장의 승인, 변호인 참여없는 야간조사 금지, 휴식시간의 보장, 총 조사시간의 제한 등과 같은 엄격한 절차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밤샘조사’의 허용범위와 요건, 절차 등과 같은 사항을 수사기관의 내부규정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권보장 이념에 보다 부합할 것이다. 얼마 전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팀에게 ‘밤샘조사’ 등 그동안의 검찰 수사관행을 재검토해 볼 것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관행은 익숙해서 편하다. 그러나 관행을 벗어나지 않으면 새로움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은 검찰이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벗어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 검찰총장 취임과 함께 검찰이 ‘밤샘조사’와 같은 낡은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인권조화적 수사를 위한 일대 혁신과 변화를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