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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돈보다 생명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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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다 접하는 졸음운전 경고 문구는 섬뜩하다. ‘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니다’, ‘깜빡 졸음 번쩍 저승’, ‘졸음운전은 자살운전, 살인운전’ 등등. 졸다가도 확 깰 것 같은 경고문이다. 너무 지나친 건 아닌가 싶다가도 졸음운전이 얼마나 위험하면 저리도 끔찍하게 표현했는지 이해할만하다.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은 자기만 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도 앗아간다. 지난 주말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블랙박스 화면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위험성과 불안감이 증폭되어 운전대 잡기가 겁난다. 무의식적으로 내 차 뒤편에 살인흉기 같은 과로버스나 트럭이 따라오는지 쳐다보게 된다. 


살인 범죄나 흉악 범죄로 사망피해자가 발생하면 강성화 형사정책이 화두가 된다. 숨죽이며 뒷켠에 물러나 있던 사형제도가 다시 살아나야 할 듯 거론되기도 한다. 그래서 유기징역형의 상한도 1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살인 범죄로 덧없이 사라지는 목숨은 하루 평균 1명이다. 그러나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등 부주의한 운전으로 죽는 사람은 하루 평균 12명(2016년 4292명)으로 더 심각하다. 2015년 4621명에서 감소했지만 사망자수로는 OECD 국가 중 동메달감이다. 다행스럽게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강력한 음주단속과 음주운전 방조범 처벌강화 등의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대책은 교통사고가 나면 요란하게 제시되다가도 성과도 없이 금방 사그라진다. 흉악범죄 대책과 차이가 난다. 돈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흉악범을 엄벌하는 처벌법만 만들면 돈 들지 않고도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음주나 졸음운전 대책은 비용이 든다. 자동제동장치나 추돌경고장치 장착의무화나 재생타이어를 금지하는 대책 등은 돈이 들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로비에 시달리다가 원칙보다 예외가 많아진다. 노후차량도 시·도지사의 허가에 따라 2년 더 달릴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도 돈이다. 돈이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되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은 피해자에게는 묻지마 살인과 다름없다. 졸음운전도 특가법상의 위험운전치사상죄의 행위유형인 음주운전이나 약물복용과 다르지 않지만 가중 처벌할 수 없는 행위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개인을 탓할 수 있지만 졸음운전은 운전기사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승객의 안전과 도로교통 참여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적 연장근로나 휴게시간 변경도 노사가 합의하면 된다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탓이기도 하다. 정부는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모든 광역버스에 전방충돌경고기능을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졸음운전을 전제로 한 대책이어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졸음운전을 강제하는 법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안전과 생명에 관한 규제는 많을수록 좋다. 세월호의 슬픔과 공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여전히 안전사회는 공염불이다. 새 정부의 생명우선 철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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