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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반복되는 줄사표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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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용퇴를 할지 안할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기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사법연수원 18기인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발탁된 후 문 후보자의 동기인 검찰 고위간부들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10일 검찰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동기가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면 모두 물러나는 관행이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문 후보자의 바로 윗 기수인 박성재 서울고검장과 김희관 법무연수원장은 문 후보자가 총장 후보로 지명된 후 사흘만인 지난 7일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정부는 고검장급이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검사장급으로 낮춰 전임 지검장보다 다섯 기수나 후배인 23기의 윤석열 지검장을 임명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 1차장 역시 전임보다 네 기수나 후배인 윤대진 차장검사를 발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규모 인적쇄신을 포함한 검찰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검찰총장 인선 등 검찰 고위직 인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줄사표' 현상이 개선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물론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 인사를 통해 '검찰 장악'을 시도했던 과거 정부들의 그릇된 정책을 바로잡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평무사함을 갖춘 사정의 중추이자 국민 인권보호기관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검찰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도 인적쇄신은 불가피할 것이다. 검찰총장의 원활한 지휘권 확보를 보장하고, 후배들의 승진을 위해 앞길을 터줘 조직에 신선한 피가 계속 흐르도록 해 줘야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검찰의 지나친 '연소화(年少化)', '조로화(早老化)'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원의 경우 문 후보자와 동기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아직 일선 법원장으로도 나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13기로 윤 지검장보다 10기수 선배 법조인이다. 

 

검찰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한다해도 지나친 '과속'이다. 검사들이 계속 이 같은 승진경쟁과 적자생존적인 조직문화에 내맡겨진다면 검찰의 중립성 확보는 더욱 요원할 수도 있다. 검찰개혁은 올바른 조직문화를 정립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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