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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내가 쓴] '권력·정의·판사'

양삼승 변호사(법무법인(유)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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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권력ㆍ정의ㆍ판사'로 달았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정의를 말하는·용기를 가진 판사'를 뜻한다. 부제목인 '폭풍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라는 문구는, 폭풍속을 날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제목과 부제목이 지나치게 도전적이라는 우려를 주변에서 들었다. 맞다. 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도발적임을 알아봐 주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감히 법률학의 '케이프 혼(Cape Horn)'이라고 여겨지는 '법과 정치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다뤘다.

'정치가 법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정치는 법을 지배한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법이 정치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법도 정치를 지배한다고 본다. 독자들이 세상물정 모르는 법률가이기를 거부하는 동시에 영혼없는 법률가가 되는 것 역시 거부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법부 70년 역사의 민낯을 들여다보기 위해 의미있는 판결 10건를 심층적으로 살폈다. 

 

일반인들도 판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평이하고 일상적인 용어로 푼 설명을 녹였다. 사건의 배경설명에 45년의 법조경력과 인문학적 통찰이 녹아있다는 평을 감히 바란다.  각 사건 10건과 동일한 쟁점을 다룬 미국의 판결들을 추려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 사법부의 세계적인 위상을 가늠하도록 했다. 특히 '국가배상법 위헌판결', '김재규의 내란목적살인', '구형이 판결을 압도하는 부조리', '변호사의 법정변론이 법정모욕이 된다는 억지' 등은 일반인도 관심을 가질 사례라서 골랐다.

아울러 단순한 실태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 애썼다. 법치후진적인 우리법조의 근본원인과 그 치료를 위한 방안제시에까지 다다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모든 원인은 법조인에, 궁극적으로는 법관이 '말해야 할 때에 해야 할 말을 하는 용기가 부족해서'라는 믿음을 얻었다. 물론 용기와 만용, 비겁과 중용의 간극이 종이 한장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법률가, 특히 판사가 자유를 견딜 수 없는 부담으로 여기고, '관대하게 지배당하기'를 원하며 그 결과 '눈물젖은 평화주의자'로 전락해서는 아니됨을 강조하고자 했다.

"어둠속에서는 아무리 휘파람을 불어도, 결코 빛은 비쳐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구다. 여기에 시 두 구절을 보태고 싶다. 법률가에 대하여 휘트먼은 "당신은, 성숙함을 위해 담금질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정호승 시인은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속을 나는 저 한마리 새를 보라"고 외쳤다.

이 지면을 빌려 필자 스스로 그동안 '나약함의 나락'에 굴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편 '헬리스키' 해왔다고 고백한다. 까까지른 능선을 오르는 등산이 요구하는 덕목은 인내이며 하지만 스키활강이 요구하는 덕목은 용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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