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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있는 형사사법 제도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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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형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자레 베까리아(Cesare Beccaria)는 250년 전인 1764년 ‘범죄와 형벌’을 발표하였다. 가혹한 형벌이 당연시되고 고문까지 용인되던 시대에, 죄형법정주의·유추해석 금지·형벌 비례의 원칙 등 현대 문명국 형법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고 베까리아가 피고인 권리 보호에만 치우쳤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인간 본성과 형사 사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최선의 수단은 형벌의 가혹함이 아니라 확실성이다”, “형벌은 확실하고 면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형사사법이라는 운동장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될 수 있지만, 다른 쪽으로 기울어지면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래서 균형 있는 형사사법 제도 설계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인권 보호만큼이나, 책임에 상응하는 제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형사사법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기존의 형사절차가 기업활동 과정의 인명사고에 무력하다는 반성에서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을 제정하였다. 임직원 개인에 대한 범죄 입증이 없더라도 경영진의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이 입증되면 해당 기업은 상한 없는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영국에서 발생하였더라면, 이 법이 적용되어 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CCTV, 블랙박스, 스마트폰, IoT 등 빅데이터를 양산하는 지능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테러나‘묻지마 범죄’ 등 대형 범죄 대응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보수집 기관의 권한 남용을 감독하여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그만큼 무겁게 하고 있다. 형사사법 설계에 있어 이러한 관련 제도의 변화도 함께 고려하여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기본 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처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적발된 불운만을 탓하지는 않도록, 지혜로운 형사사법 제도 개선 논의를 기대해 본다.

 

미국변호사